"예술가는 어떻게 돈을 벌어요?"
2019년 미술석사를 끝내고 나는 무직자가 되었다.
아니, 사실 직업이 있긴 하다.
나는 예술가이다. 예술인 패스도 있다! (예술인패스를 받으면 국가에 공인받은 예술가가 된 기분이다. )
그러나 이제 끝물인 20대 후반, 나는 앞이 깜깜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새삼...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조소 전공, 순수예술 석사- 그것도 유학!- 졸업생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작품 만들기, 사회에 질문하기, 공부하기 밖에 없다. 도대체 뭘 해서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조소과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간 외국계 기업이 맥도널드라는 말을 더는 웃으면서 할 수 없었다. (물론 단 한 번도 웃기만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울며 웃는 자학적 농담이다...) 배우는 데만 수천만 원을 써가면서, 십 년 가까이 공부만 하고서 할 줄 아는 게 없다니. 그러고도 더 배울 게 필요해서 다른 석사를 하고 있다니. 대체 내 시간과 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공부는 언제 끝낼 것이며, 도대체 돈은 어디서 벌 수 있을까?
“미술작가는 돈을 어떻게 벌어요?” 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왜냐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대체 작가는 어떻게 돈을 버나요? 만일 평면회화, 사진, 도예, 작은 조각품들을 만드는 작가라면 '작품을 팔아서요.'라는 대답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조차 투잡을 뛰어서 생계를 해결하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작업이 만일 설치, 퍼포먼스라면.... 혹시 하시는 분들 중에 돈 버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고학력 무능력자가 절실히 알고자 합니다.
"연출은 어떻게 돈을 벌어요?"라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연출이나 작가나 성공적으로 작품을 했다=빚을 지지 않았다, 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돈을 벌긴 거녕 빚내가면서 작품을 해본 연출가들이 줄 지워 새우면 서울에서 제주도가 문제가 아니라 지구 한 바퀴를 돌려도 남을 것이다. 극 연출가 대부분이 극단 운영자이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극이 있어서 사람을 모으게 되기에... 그 말인즉슨, 공연을 만들 때 제일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게, 내 인건비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안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연 제작비를 깎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제일 먼저 제외시키는 게 내 인건비가 된다. 손익분기가 넘으면 그걸로 내 돈 하지 뭐, 하지만 스스로 제일 잘 안다. 손익분기가 넘어도 그 돈이 내 돈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것을...
하여간 예술하는 무능력자들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는가는 평생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예체능을 전공한 이들에게 돈이 나오는 구석은 교육 시장뿐이다. 교수되기는 빡세고, 대학 강사 되기도 빡세니 유일한 구멍은 학원 강사가 아니면 초중고 예술강사이다. 그러나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월 백에서 이백을 벌려고 십 년 넘게 수천만 원을 써서 공부를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 것이다. 심지어 나는 이제 학원강사도 하기 어렵다. 입시미술 실력이 녹슬어 버린 지 어연 몇 년인가... 그림도 못 그리는 미대 졸업생... 이젠 망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점이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룩 흐른다. 학력은 학력대로 오버 스펙이 돼버렸지, 그런데 할 줄 아는 건 없지, 그렇다고 마냥 성공할 때까지 돈만 주야장천 들일 수도 없지. 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나이 서른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여전히 부모님에게 빌붙어 살면서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돈 좀 빌려달라는 말뿐인 이 고학력 무능력자. 사람들은 예술가라고 하면 늘 어쩐지 염세적이고 대단히 쿨한, 자신의 가난과 정신병을 사랑하는 청년이라고 상상하나 실상은 이렇다. 고학력 무능력자가 돼버린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하루하루 뭔가 기술을 배워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같은 고민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삶인 것이다.
그 와중에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나는 서른이 될 것이다. 남들은 직장에서 몇 년 차를 다니고 친구들은 대리, 과장을 다는 시점, 나는 두 개의 석사를 졸업한 백수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석사를 하겠다는 내 말에 친구들은 '가방끈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구나.'라고 말했다. 말이 심하지만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 가방끈은 내 부모님의 등골로 만들어진 전리품이다. 상처뿐인 영광이랄까. 슬프게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스스로에 대한 진단-고학력 무능력자- 그리고 질문에는 답이 없다. 나는 사회의 잉여생산물이다. 할 줄 아는 게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것 밖에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이것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필요한 어떤 곳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내가 던지는 질문이 사회의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조금은 값어치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믿으면서 나는 계속 글을 쓴다. 하하, 그래서 고학력 무능력자는 돈을 어떻게 버냐고요? 언젠가는 벌겠지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