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한가득 담긴 첫 글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첫 글을 쓰고 싶단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다. 글쓰기 창을 열자마자 보인 문장이다. 별 것 아닌 문장인데도 대단히 별 것처럼 와닿았고 그냥저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아마 뜨거울지도...) 커피 한 잔과 중요한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안락한 장소에서 편안한 상태로 글을 쓴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사실 대단한 것 하나 없고 굉장히 사소한 것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 혼란과 심술이 내재되어있지 않는 상태에서 쓰는 것은 굉장히 드문 상황이다. 그러니까, 크고 작은 폭풍과 같은 감정들, 생각들이 뒤섞여 너무나 괴로운 순간들을 지나 보내고 고요한 호숫가에 있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차분하게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글을 써 내릴 수 있는 그런 시간. 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을 쟁취하고 싶다. 별 것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이는 내가 갖기 힘든 굉장히 '별 것의 순간'이다. 단순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절대 단순하지 않고, 쟁취하기 힘든 순간.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글을 썼다. 난 아직 폭풍 속에서 걸어가고 있고 지금은 좀 힘들어서 뭐라도 적어 내리면서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것 같아서 켰다. 그래서 난 냉정한 제삼자의 시선으로 날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난 아직 26살인데 벌써 26살이다. 무엇을 해도 늦진 않았지만, 내가 세운 목표들이 있다 보니 하루빨리 이루고 싶은 조급함이 있다. 목표와 계획은 그럴싸하지만, 가는 길은... 대체 왜 한 번이라도 스무스하게 가지 않는 걸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도 너무하지 않나 싶긴 하다. 수년을 지내온 인간관계도, 목표를 세워 나아가는 나 자신과 모든 상황들이 다 제어되지 않는다. 외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아직은 약한 나의 현실이고, 이를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컨트롤하며 유연하게 대처하고 나아가는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삶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나는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위해서 죽어라 노력하나? 허풍으로 겉으로만 하는 척하진 않았는가?
사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이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불안과 괴로움의 원인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애매하게 해서 그렇다. 죽어라 토할 것 같으면 토를 하면서, 장이 뒤집히는 것 같으면 부여잡으면서 하는 정신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없잖아 나한테. 그렇게 어중간하게 해 나가니까 애매하게 힘을 쏟고 애매하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또 애매하게 쉬고. 그러니 모든 것들이 고갈되어 새로운 에너지가 차오르는 게 아니라 자꾸 고인 에너지만 돌고, 또 도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행동하기 직전까진 난 애매한 사람으로 애매한 삶을 살다가 애매하게 죽을 것이다. 애매하게... 어중간하게...
이 세상에 나온 것은 나의 의지와 무관했고, 이름도, 태어난 곳도 모든 것들은 내 의지와 무관했다. 나의 의견은 반영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어난 이후 기초 학습을 통해 자아와 가치관이 생겨나면서부터 이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 내 의지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굉장히 좋은 환경에 있음에도 난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다. 떠먹여 주는데도, 네 의지대로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 것 펼치며 살아가보라고 하는데도, 나 스스로는 그 기회를 거절하는 셈이다.
살아오면서 저마다의 가정사와 개인사로 인해 힘들듯 나 역시 미쳐버릴 정도로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도 한결같은 목표가 있다. 그냥 잘 살고 싶다. 이왕 태어난 거 즐기면서 잘 살고 싶다는 거다. 삶 속에 즐거움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다채로움으로 물들이는. 난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다.
난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멋진 어른이 될 것이다.
젊은 날엔 프랑스 파리에서 살아보고, 최종 정착지는 뉴욕이다. 뉴욕에 살거나 혹은 뉴저지에 거주하며 맨해튼의 야경을 매일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블랙드레스를 차려입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재즈공연을 즐기고 싶다. 재즈뿐만이겠나, 그 모든 걸 즐기고 싶다. 예쁘게 가꾸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인스타 계정이 있었을 때 아이디는 Beautipearl이나 Seotipearl이었다. 진주처럼 아름답게 살아겠다며.
유독 차가운 시절이다. 전환점에 들어간 시기라는 것일까? 인간관계도, 세워놓은 계획도 뭣 하나 잘 흘러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간다. 이때 필요한 건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서, 감히 그 누구도 나조차도 건들 수 없는 따뜻함과 사랑이 보존된 상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