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데 눈물이 나네요

by 승히


사진출처 : 이은주

찬바람이 부는데

내 눈이 시려옵니다

시린 마음들을 모아서

가져온 바람이 잠시

내 눈을 빌린다고 합니다


눈물 몇 방울이 떨어집니다

내 눈물이 아닌 바람의 눈물입니다

아니,

바람의 눈물이 아닌

바람이 스쳐 지나온 이들의 눈물입니다


따뜻한 바람은

기나긴 여정을

말도 없이 오면서

산 위의 마을과

산 밑의 마을과

대도시의 아파트와

소도시의 동네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온몸으로 껴안아

바람의 동행자로 만듭니다


사람들의 눈물을

품고,

품고,

또 품다 보면

따뜻했던 바람은

차갑고 매서워집니다


바람도 힘겨운 것이지요


자그마한 내 눈에서

커다란 고통들이

방울방울 이어져

떨어집니다


차가웠던 바람이

매서웠던 바람이

새차디 새찬 바람이

점차

따뜻해집니다


눈물의 방울들이 흩어지고

눈물의 자국조차 희미해지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온화하고

가장 가벼운 바람이

내 곁을 맴돕니다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가벼운 바람의 한 줄기가 날아가

스쳐지나온 이들의 마음에 살포시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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