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히 Nov 30. 2016

바람이 부는데 눈물이 나네요


사진출처 : 이은주

찬바람이 부는데 

내 눈이 시려옵니다

시린 마음들을 모아서 

가져온 바람이 잠시 

내 눈을 빌린다고 합니다  


눈물 몇 방울이 떨어집니다

내 눈물이 아닌 바람의 눈물입니다

아니,

바람의 눈물이 아닌 

바람이 스쳐 지나온 이들의 눈물입니다


따뜻한 바람은 

기나긴 여정을 

말도 없이 오면서 

산 위의 마을과

산 밑의 마을과

대도시의 아파트와

소도시의 동네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온몸으로 껴안아 

바람의 동행자로 만듭니다 


사람들의 눈물을 

품고,

품고, 

또 품다 보면

따뜻했던 바람은 

차갑고 매서워집니다


바람도 힘겨운 것이지요


자그마한 내 눈에서 

커다란 고통들이

방울방울 이어져

떨어집니다


차가웠던 바람이 

매서웠던 바람이 

새차디 새찬 바람이

점차 

따뜻해집니다 


눈물의 방울들이 흩어지고 

눈물의 자국조차 희미해지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온화하고 

가장 가벼운 바람이 

내 곁을 맴돕니다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가벼운 바람의 한 줄기가 날아가 

스쳐지나온 이들의 마음에 살포시 닿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너, 그리고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