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데
내 눈이 시려옵니다
시린 마음들을 모아서
가져온 바람이 잠시
내 눈을 빌린다고 합니다
눈물 몇 방울이 떨어집니다
내 눈물이 아닌 바람의 눈물입니다
아니,
바람의 눈물이 아닌
바람이 스쳐 지나온 이들의 눈물입니다
따뜻한 바람은
기나긴 여정을
말도 없이 오면서
산 위의 마을과
산 밑의 마을과
대도시의 아파트와
소도시의 동네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온몸으로 껴안아
바람의 동행자로 만듭니다
사람들의 눈물을
품고,
품고,
또 품다 보면
따뜻했던 바람은
차갑고 매서워집니다
바람도 힘겨운 것이지요
자그마한 내 눈에서
커다란 고통들이
방울방울 이어져
떨어집니다
차가웠던 바람이
매서웠던 바람이
새차디 새찬 바람이
점차
따뜻해집니다
눈물의 방울들이 흩어지고
눈물의 자국조차 희미해지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온화하고
가장 가벼운 바람이
내 곁을 맴돕니다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가벼운 바람의 한 줄기가 날아가
스쳐지나온 이들의 마음에 살포시 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