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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Feb 04. 2017

내 감정과 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언제부터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을 칭찬으로 들었다.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나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내 기억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서툴렀다. 여전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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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다 보니, 인간관계가 좁다. 누군가 깊숙이 내게 다가오려고 하면 나는 뒷걸음친다. 그 사람이 먼저 마음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나는 좀처럼 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시간보다 관계가 끝나는 시간이 늘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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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때문이었다. 


사람과 관계에서 받을 상처의 대한 두려움. 두려움 때문이고, 그 두려움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내가 혼자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감정과 나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내게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혹은 그것으로 인해 나의 대해 선입견을 가지거나, 날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웠다. 사랑받고 싶었다. 상처를 받을 때 누군가를 탓하는 것도, 혹은 나를 탓하는 것도 싫었다. 결국 버거워도 혼자 비틀거리는 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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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모든 감정과 마음을 감당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애써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삭히고, 울고, 푸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하물며 친한 친구에게도, 함께 사는 친구에게도 내 감정의 대해서 솔직해지기가 어려워졌다. 



그리하여

정말로 내 감정과 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라고 내 친구가 자신의 지인에게 나를 소개하였을 때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그럴 수 있나, 나는 그녀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자문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가장 날 것의 내 마음은 숨겨버리고, 조금 더 괜찮은 면을 보여준다. 정말 힘들 때에도 이야기하기보다 오로지 혼자 삼켜내고, 혼자 울어버린다. 그녀의 눈물은 종종 봐왔으면서 나의 눈물은 쉽게 드러내지 않으니 참 못난 친구이다. 


고마워. 참 예쁜 말로 나를 소개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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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일기장에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면서도, 가까운 이들에게는 그리 표현하지 못한다. 지난주 한주 동안은 일기장에 우울하다는 이야기가 내내 적혀 있었다. 잠으로 도망쳐야지, 출구가 없는 잠에 빠지고 싶다, 같은 문장들을 적어 두었으나 함께 사는 친구에게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저 혼자 끙끙대고, 혼자 삼킨다. 가끔은 다른 이들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다른 이들도 이렇게 깊은 우울에 빠지기도 하는지.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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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어두운 면을 이해받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내가 눈물을 흘릴 때, 토닥여주기보다 ‘왜 울어?’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봐. 나의 슬픔을 외면당할까 봐.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쩌면 그런 마음을 이야기하기가 너무도 어려워서, 답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서 혼자가 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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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도 된다는 것을.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네 곁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다 아는데. 이제는 함께한 시간이 십 년 가까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서툴다. 여전히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익숙하다. 떠나지 않을 것도, 날 싫어하지 않을 것도 이젠 정말 다 아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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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나의 친구들은 이런 나의 모습 그대로 인정해준다. 왜 그런 거냐고 보채지도,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녀들이 힘이 들 땐, 내게 기대 준다.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전화를 걸어 삶이 너무 버겁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내가 그녀들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부리고, 기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이 들 땐 혼자만의 동굴로 숨기보다, 내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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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도 내 감정과 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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