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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Feb 15. 2017

마음에도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따뜻함으로 채우고 싶어

2017, New Zealand, 사진 출처 : 이은주


잠을 잘 때 답답하게 자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까 긴팔이나 긴바지를 입고 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벼운 잠옷이나 짧은 반바지 같이 얇고, 바람이 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추위를 잘 타서 조금이라도 추우면 전기장판을 튼다. 어떤 날은 전기장판을 틀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을 때, 얇은 잠옷에 한기가 들어 포근한 잠에 들 수 없을 때, 주섬주섬 양말을 찾아 신는다. 그러면 금방 몸 전체가 따뜻해진다. 


사실 긴팔이나 긴바지를 입으면 간단한 일인데 말이다. 




가끔은 마음에도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아니, 요즘은 꽤 자주. 많이. 몸을 아무리 따뜻하게 해도 추위가 가시지 않을 때. 허전함으로 뻥 뚫린 마음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때. 새벽 3시 잠에서 깨어나 캄캄한 어둠에 그만 울고 싶어질 때. 눈물을 흘리고 싶으나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 나의 마음에도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포옹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차갑고, 시린 마음에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분명 더운 계절에 살고 있는데도 따뜻한 것만 찾는다. 밖은 햇살이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긴팔을 입고, 따뜻한 커피를 찾고,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갓 구운 크루아상이 생각나 잠을 이루지도 못하는 날도 있었다. 따뜻한 재즈음악을 찾아 듣는다. 그리하여 자꾸만 밖으로 나가는 것일지도. 햇살이 있는 곳으로. 따뜻함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자꾸만 허전해서, 자꾸만 찬바람이 들어와서 따뜻한 것으로 나를 채우고 싶어진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지만, 공허함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내게로 닥쳐온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살기 좋은 나라에, 파란 바다가 있고, 햇빛이 찬란한 곳에 있지만 그 무엇으로도 내 마음을 채울 수가 없다. 따뜻해지지가 않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겐 사랑이 전부였다는 것을. 

당신이 전부였다는 것을.


-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수많은 찬바람을 홀로 마주하는 일. 누군가가 있음으로서 따뜻했던 공간의 수많은 빈자리를 느끼는 일. 그 많은 공간을 혼자서 채워나가야만 하는 일. 


-

사실 당신에게 폭 안기면 간단한 일인데.  

사실 당신의 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것인데.

사실 당신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것인데.


포근한 양말 같은 사람이었구나,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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