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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Sep 24. 2017

170923 서툰일기

서툰, 책방


2017년 9월 22일 정식 오픈을 한지 이틀째, 가오픈까지 하면 벌써 4일 책방 문을 열어두었다. 

정신없고, 피곤하지만 동시에 즐겁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날들을 기록하고자 책방일기를 쓰고자 한다. 


-서툰 

서툰책방, 으로 이름을 지었다. 여러 이름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서툰책방이 가장 내 마음에 들어 상호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여러 단어들에 붙는 ‘서툰’ 이라는 형용사를 좋아한다. 

서툰 감정, 서툰 표현, 서툰 행동, 서툰 여행, 서툰 글솜씨, 서툰 젓가락질 등등.

모든 서툰, 에는 익숙하지 않음과 완벽하지 않음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하여 더 잘하고자 하는 의지와 애씀을 엿볼 수 있다. 그 빈틈을 사랑한다. 그 마음씀씀이를 사랑한다. 누군가의 빈틈을 보게 될 때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고이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서투름이 좋다. 


우리는 모두 서툰 순간들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모든 것을 완벽히 알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나 하나하나 배워간다. 그러니 짧던, 길던 서툰 순간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고, 이겨내어 익숙해진 나의 것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에 서툴다.

잘하는 것보다 잘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 정말 정말 많다. 인간관계는 커다란 산처럼 느껴지고, 글은 몇 년째 잘 쓰고자 하는 욕심만 가득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도,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 일도 어렵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낯을 가리고, 여행을 좋아하고, 외국에서 살아보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영어는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것 같다. 화장도 잘 못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는 것도, 술을 신나게 마시는 것도 잘 못한다. 뭔가를 기억하는 것도 잘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런 허점투성이인 나의 모습을 사랑하려고 애를 쓴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타인의 서툰 모습엔 관대하다 못해 사랑하면서 나의 서툰 모습엔 위축되고,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부족해도 되고, 서툴러도 된다고. 


그리하여 이런 나의 마음을 담아 서툰책방, 으로 이름을 지었다. 

나에게도, 이 공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서툴러도 괜찮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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