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책방일기
난 그저 책방을 열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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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일이다. 난 그저 책방을 열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내 지인과 함께 일하는 짝꿍의 지인뿐만 아니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방 오픈함과 동시에 같은 동네에 있는 상가 사장님들이 찾아와주셨다. 소월 상점과 로쿄, 금은동사무소, 책방마실 사장님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셨다. 정말로 감사하다. 여러 공간을 보았지만, 이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어 열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동네 사람들이 참 좋은 분들이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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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한림대학교 기자님이 와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 ‘춘천 사람들’이라는 신문에 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도, 학생기자님도 첫 인터뷰였다. 선물로 사온 케이크를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기자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준비해왔는데,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하나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책방을 운영하는 철학, 책을 선별하는 기준, 책방 이름을 ‘서툰책방’이라고 한 이유 등을 물어봤는데 그 어떤 것에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운영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열었고, 열었으니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치하는 책의 기준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 추천하는 책들을 비치한다. 상호를 지었을 때에도 어떤 커다란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책방을 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슬펐지만 모든 행위에 의미가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방을 열고, 운영하는데 분명하고, 멋진 철학을 가진 책방 주인이 있는 방면, 그저 좋아서 책방을 연 책방 주인이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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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책을 쓴 작가님과 연락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책을 입고 받으려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더니 몇몇 작가님이 연락을 주셨다. 입고 연락을 받은 보통 택배로 책을 받는다. 작은 상자에 짧은 손편지나 엽서 몇 장을 함께 넣어주시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져 감동을 한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택배로 보내주셔도 감사한데, 직접 책을 입고하러 오시는 작가님도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는 것도 너무 좋다. 자신의 책이 어떤 공간에 비치되는지, 어떤 주인이 있는지 알아보러 오는 그 발걸음엔 애정이 있다. 그 애정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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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있는 독립영화관 '일시정지 시네마' 사장님이 오셨다. 자주 오신다. 오셔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했으면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연휴 기간에 상영하는 영화 포스터도 놓고 가셨다. 같은 지역 내 문화공간이 모여 뭔가를 꾸려나가는 것이 설레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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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공간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하고, 감사하다. 골목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데도,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 동네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오고, 여행을 하다가 오는 분들도 있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