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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May 21. 2017

불안한 청춘 한가운데서 곧 만나자

불안하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수많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미래도 불안하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하루를 살아내야 하므로, 일상을 살아간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상은 그리 썩 멋들어지진 않다. 힘들고, 벅차고, 종종 눈물을 삼키고, 스스로의 대한 실망이 반복되는 삶을 산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서, 당장 내 눈과 손에 어떠한 결과물이 없어서, 나 자신조차도 나를 확신할 수가 없어서 불안의 밤을 지새우는 날이 허다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돌아가고, 나의 일상은 너무 무거워, 모두 그만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그럼에도 쉬이 그만둘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까워서,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이것이 옳은 판단인지조차 몰라 고뇌의 시간만 흐른다. 일상의 버거움보다 청춘의 불안이 더 거대해서 나는 그냥 버거운 일상을 살아간다. 바다 건너 나의 그녀도 마침 비슷한 고민을 내게 이야기한다. 같은 처지인 나의 조언은 하나도 영양가가 없다. 그저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금을 살아보자는 말 밖에. 그럼에도 너무 버거우면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 밖에. 


가끔은 나 자신의 대한 믿음이 너무도 연약해 언젠가 내게 해주었던 그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충분한’, ‘무한한’, ‘가능성’, ‘대단한’, ‘빛나는’, ‘소중한’, ‘무엇이든’이라는 수식어들을 내게 붙여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선명한 목소리로 그 말들을 해주었던 나를 향한 그의 목소리가, 그 단단한 믿음이 간절해진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는 너무 나약하고, 연약해서 자주 부서진다. 그리하여 나는 듣기를 포기하고, 목소리를 낸다. 그가 내게 해주었던 방식으로,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심지 굳고, 올곧은 그의 목소리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베를린 일기, 최민석 / 크림쓰다


때로 일상은 살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때로 그 일상이 다시 살고 싶은 대상이 되기도 하기에, 살아내야 하는 오늘을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베를린 일기, 최민석


지금 나의 일상은 역시 살아내야 하는 대상이다. 다이어리를 보면 오늘 하루도 살아내었다,라고 적은 날이 많다. 그런 문장이 힘없이 쓰인 날들을 보면 내가 참 안쓰럽게 느껴진다. 동시에 무던히 애쓰며 살고 있구나, 싶어 기특하게도 느껴진다. 그러니 언젠가는 내가 살고 싶은 일상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진다. 불안이 가득한 청춘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버거워도 시간은 지나고, 그 속에서 무던히 애쓰며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내일은 다를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안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저기 어딘가에 내가 바라는 일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옆엔 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너는 결국 해낼 거야,라고 말을 건네며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이들. 만나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웃음을 터져 나오게 만들어 일상의 가벼움을 선사해주는 이들이 내게 버팀목이 된다. 앞이 캄캄한 나의 청춘에 빛나는 별이 되어준다. 어둠 속에서 반짝 빛을 내는 별들이 있기에 나는 불안한 청춘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거라 믿는다. 


나의 그녀에게도 내가 작은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계속 흔들려 있어도 좋아. 나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으니. 불안한 청춘 한가운데에서 곧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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