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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Jul 29. 2015

결국 머무는 곳은 내 마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을 위하여.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뜨겁고 화끈거리는지를. 처음엔 작은 불빛으로  시작되었다가 점점 커져 커다란 산을 몽땅 태워버리고 마는 큰 불이 되어버린다.


큰 불이 몽땅 태워버리는 것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분노가 많은 사람이었다. 분노의 대상은 참 다양했는데, 보육원에 산다고 나를 놀렸던 친구들, 똑같이 싸워도 나 말고 항상 다른 친구의 편을 들어준 언니들, 나를 버린 부모님, 내가 겪는 환경, 심지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신에게 까지도 화를 냈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나는 감사한 마음은커녕,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되었고, 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소녀가 되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불면증이 생겼다. 그래서 잠에 들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고, 모두들 잠이 들고 고요한 새벽이 되면, 일기장에 머릿속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초기에는 일기장의 반이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의 욕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하신 한 선생님은 내게 마음에 칼을 품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처음으로 내 감정이 머무는 곳은 결국 내 마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스스로 달라져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고, 아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미워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용서에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을 수없이 연습했다. 심지어 내가 너무 힘이 들고, 모든 것이 원망스러울 때, 왜 내게 이런 힘든 시련을 주셨는지 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순탄치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많았고, 내 감정만으로도 벅찬 날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늘 걷던 길이 아닌, 새로운 방향으로 이따금씩 걷다 보니 그곳에 어느새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몇 년에 걸쳐 내 마음의 분노를 용서했다. 그 결과 우울하고, 부정적인 내가 없어졌고, 누군가를 쉽게 미워하지도 않게 되었으며, 비록 좁은 인간관계이지만 좋지 않은 사이를 가진 사람은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 몸도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한 몸이 되듯이, 건강한 마음엔 편안함이 머문다.





하지만 나도 때때로 힘이 든다. 사실 요즘은 더 힘이 든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또 아직 신입이기에 하루에 몇 번씩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을 자주 받다 보니, 내 몸과 마음이 온전히 다 받아내지 못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자주 빈혈이 생기고, 땀이 많이 나고, 심지어 몇 주 동안 하혈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서러워 엉엉 울기도 했고, 어떤 날은 기운이 다 빠진 채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내게 유독 피드백을 강하게 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반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란 사람은 그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수긍도 쉽게 해버린다. 또,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미움은 사라지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힘이 드는 상황에서도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할 때에는 나도 괴롭다. 내가 내 마음을 먼저 챙겨야 할 때인데, 다른 사람을, 그것도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면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 때에는 내 입장의 편을 들어 그 사람을 실컷 미워해본다. 내 마음이 풀릴 때까지. 그러면 내 마음은 ‘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하며 다시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결국 내 마음에 살짝 앉으려 했던 미움은 어디론가 휙 사라지고 만다. 


습관적으로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내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마음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알고 있는 것이다. 미움이든, 질투든, 분노든, 사랑이든, 행복이든 어떤 감정이든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에 머문다는 것을.  


그래서 내 마음은 영리하다. 나쁜 감정들은 결국 내 마음에서 고이고 썩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나를 덜 힘들게 하려고 오늘도 내 마음은 한 번 더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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