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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귀하듯, 남도 귀하단다

by 서로를 우연히


"저는 그냥 연구원인데 선생님은 왜 선임이에요?"

"근데 왜 직함이 연구원이야? 공대도 아닌데 뭐 대단한 연구를 한다고"

"나는 기준이 높아서 서연고 아니면 공부 열심히 안 한 걸로 쳐"

"석사가 대수니? 요즘 개나 소나 석사지 뭐"

"나이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서류합격이 되지? 놀랍네"


놀랍게도 숨 쉬듯이 무례한 이 멘트의 주인들은 본인을 솔직하고 예리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T라서, 이성적이라서, 팩트라서 등등의 말로 무례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실 내게 이런 말을 해도 전혀 타격이 없을 사이여서 이 말을 한 당사자들을 비난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그냥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사용될 예시일 뿐이다.


이처럼 타인의 가치와 노력을 쉴 새 없이 후려치는 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모든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말을 되돌려줬을 때 그들은, 본인이 먼저 무례하게 굴었던 대상보다 몇 배로 기분 나빠하는 경우를 아주 아주 많이 봤다.


왜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할까?

추측건대 아마도 본인이 귀하기 때문일 것이다.

워딩을 정확히 하자면 본인만.

그래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네가 귀하듯 남도 귀하다고.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관대한 기준은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에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너 역시 그럴 자격이 있는 완벽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할 것이고, 한 번이라도 증명에 실패하는 순간 네가 위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적당한 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너의 일만큼 남이 하는 일도 어렵고 전문적이고 값진 일이며, 네가 존중받아 마땅하듯 타인도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이왕이면 서로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공평하게 주고받는 것이 좋지 않겠니.


같은 맥락으로 타인에게 관대하고 본인에게만 엄격하다면,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남에게 관대한 만큼 네게도 너그러워야 할 것이다. 너 역시 너무나도 귀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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