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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 Dec 02. 2022

말로만 듣던 ’동네 축구‘

공 차러 갔는데 바람맞았어요

동네 가까이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여성축구교실이다.


‘이 동네에 터를 잡은 지 3년인데, 왜 이제야 알게됐지?’


지금까지 공 한번 차기 위해서 왕복 3시간 거리까지 왔다 갔다 했었는데 동네에서 공을 찰 수 있다니. 웬 횡재인가 싶었다.


'OO구 여자 축구'를 찾다가 SNS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됐는데, 마침 일일 게스트 참여 후 입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게스트로 참여하고 싶다'라고 DM을 보냈다.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됐던 시기라 바로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9월, 게스트로 참여하기로 한 날이 왔다.


아껴둔 풋살화를 챙기고, 혹여나 부상을 당할까 무릎, 발목에 테이핑도 단단히 했다. 가는 내내 마음이 들떴다.


원래 축구교실이라 큰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요즘은 풋살장에서 축구교실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DM으로 안내해 준 풋살장에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날짜도, 시간도 다시 확인했다. 왠지 싸했다.


'제대로 왔는데... 뭐지?'


혼자 중얼중얼거리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얼른 DM을 보냈다.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지. 오늘 운동이 취소됐는데 알려주는 걸 깜빡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 엿 먹이는 건가....?'


관리자 분이 너무 미안해하길래 일단 알겠다고, 괜찮다고 말했다.


연락을 끊고 나서 속상한 마음에 울컥했다. 아침부터 들떠서 콧노래까지 부르던 내가. 친구들한테 축구교실 간다고 오만데만 소문내고 다닌 내가 창피해서.


이렇게 나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기는 싫었다. 다행히 그 근처에 혼축을 했던 풋살장이 있었다. 급하게 예약을 하고 혼자 1시간 동안 공을 신나게 찼다.


뭐 또. 공을 찼다고 기분이 금세 괜찮아졌다. 혼자 공차도 재밌는데, 아니 다 같이 공차면 얼마나 재밌을까.


축구교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9월 말 다시 날짜를 잡기로 했다. 빨리 그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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