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by 김홍

누군가 조금이라도 나를 바꾸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든다.

'원래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

'네가 뭔데, 나를 고치려고 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데?'

순간적으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운다.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왜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고집 불통

쓸데없는 자존심

자의식 과잉

회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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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나의 단점이자 약점들. 조금만 건드려도 뾰족한 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왜 날카로워지는지 모르겠다. 어떤 감정 때문에 예민해지는 건지 헷갈린다. 그냥 공격당한다고 생각해서 화가 나는 건지, '나'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서운해서 그런 건지 말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서로 이해하고 하나둘씩 맞춰나가야 한다는 건 안다.(머리로는 분명히 안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라도 틀어지면 그 관계를 놓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이렇게까지 유지해야 하는 관계인가?'

'이런 불편함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가?'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는가?'

주우재가 "20대 때는 한 가지만 맞아도 '라고'인데, 30대 때는 10개 중 하나만 아니어도 뒷걸음질 치게 된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공감된다.

'상관 안 해!'라고 외치면서 끝까지 가려고 했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다. 이제는 '고'보다 '스톱'을 자주 외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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