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일상
말 그대로이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PM이었다.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삶이란 말인가.
난 나의 직업에 대해 의심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영혼이 있고 우리는 누군가의 몸을 빌려 환생을 하는 거라면, 난 전생에 PM이었다고 확신한다.
내가 몇번의 환생을 했는지는 몰라도, 내 영혼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에 꽤 욕심이 많은 아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내가 모르는 문제집을 풀고 있다면, 난 당장 그 문제집을 사러 가야 했다.
모든 출판사의 문제집을 모조리 사서 풀었던 것 같다. 왜인지는 잘 기억나진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어떤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산 수많은 문제집들로 난 공부하는 계획을 세웠다.
내 방에는 작은 화이트보드가 있었는데, 난 그 화이트보드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칸을 만들고 각 요일에 어떤 과목의 어떤 문제집을 몇쪽씩 풀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혀져 있던 나의 계획들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그냥 그랬다. 그 기억은 내게 하나의 추억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 이 어릴 적 기억과 현재 나의 일이 오버랩되며 소스라치게 놀랐던 적이 있다.
지금 나의 직무인 프로젝트 관리, 일정 관리 기법을 어릴 적 내가 사용하고 있던 거였다.
초등학교의 내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계획을 세웠을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지만,
결론은, 난 원래 PM 이었으니까.
전생에서의 기억을 차마 지워내지 못한 내 영혼에 습관처럼 깃들여져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난 PM이 된거라고.
난 커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웹마스터라는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획과 개발, 디자인까지 모두 담당했던 것 같다.
이후 직무가 세분화되기 시작하면서 개발과 기획 중 당연하게도 자연스레, 계획을 세우는 것에 더 가까웠던 기획자를 내 커리어로 선택했고 현재는 PM과 PO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아무리 PM으로 태어났다 한들 내 직업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 또한 슬픈 일이겠지만,
나는 내가 왜 PM으로 살아야 하는지 Why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해결되지 않은, 그래서 이슈가 많은 상황을 즐긴다.
그 이슈들을 하나씩 아주 딥다이브하게 파악해서, 그 누구도 혼선이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문서로 정리하고, 그 누구에게도 누락되지 않도록 공유하여 하나씩 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무척 즐긴다.
아주 복잡하고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이슈라도, 내가 파악하기 시작하면 그 이슈는 더이상 이슈가 아니라 해결 가능한 방안을 찾은 하나의 태스크가 되고, 난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현명함을 제시한다. 한때 솔로몬이라고도 불리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TO-DO List들을 하나씩 체크하여 완료해가는 것에 내 직업에 대한 희열과 쾌감, 뿌듯함을 느낀다.
모든 업무를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꼼꼼함과 여러가지 일들을 빠르고 명확하게 처리하는 신속함, 1분 1초라도 소중하게 사용하기 위해 항상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것, 이 3가지가 내 강점이다.
나는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 변화를 즐기고, 열정이 넘친다.
일이 많을수록 신이나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아침이 기다려진다.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이렇게 몇번의 생을 PM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능한 많은 이슈들을 해결하여 조금이나마 사회에 이로운 가치를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가 PM인 것이 너무 좋다.
PM으로서 일상 생각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