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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감성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by 서울길

" 우리 그래도 힘내봐야지? 사무실에서 파티하는 거 준비해 봐 ”

회의가 끝나고 외부로 이동 중에 날아온 사장님의 카톡, 거래처 담당자를 모아서 이번 연도에 새로 오픈한 사무실에서 주요 거래처와 망년회 겸 와인파티를 할 테니 나보고 준비하라고 하셨다. 사무실 분위기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서 사무실을 꾸며야 할 텐데 해본 적이 없어서 고민이다.

권 대리 : 제가 도와드릴게요. 마트 가서 파티 용품도 사고 분위기에 맞게끔 사무실을 잘 꾸미면 될 거예요.

다른 부서 직원이 도와준다고 하여 같이 대형 마트에 가서 파티용품을 사서 사무실을 데코레이션 하기로 하였다. 확실히 권대리는 친구들과 파티를 종종 하는 건지 아이템 셀렉 스킬이 보통이 아니다. 이것저것 집어서 카트에 실어놓으니 부피가 큰지 금방 가득 찼다.

권 대리 : 혹시 이거 설치하는 거 잘 모르시겠으면 한번 대략 설치하시고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본인 일도 힘들 텐데 나름 분위기가 잘 나오게끔 성심성의껏 조언도 해준다. 평소에 많은 업무량에 항상 고된 권대리지만 이날만큼은 설레는 감성이 있는지 평소보다 신나 보였다. 산타 모형과 트리도 앞에 놓여있는데 흐뭇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주변에 있는 어린아이들도 연신 뛰면서 카트에 크리스마스 파티 용품을 담아가고 있었고 아무리 불황에 가라앉은 분위기라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럴은 분위기를 들뜨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거래처직원 : 아 진짜요? 이렇게 어려운데 뭘 그렇게 신경 써주세요. 저희도 잘 준비해 갈게요. 너무 감사해요.

평소에 일처리와 관련하여 옥신각신 했던 거래처 직원분도 놀라웠는지 연신 감사하다면서 본인들도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하였다. 나도 놀라긴 했지만 거래처 직원들은 긴가민가 하다가 진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놀란 모양이다. 낡은 사무실에 크리스마스 데코를 하자 약간이라도 화사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서 권대리를 포함한 여직원들에게 보내줬는데 아직 어설프다고 혹평을 쏟아낸다. 나의 부족한 미적감각을 탓하라고 한 뒤 일단 파티 분위기는 이렇게 진행하겠다고 보고 하였다.

이 과장 : 사장님께서 테이블 세팅은 우리가 하라고 하셔서 왔어요. 주변 준비만 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나의 미적감각이 영 못 미더웠는지 사장님은 다른 여직원들에게 테이블 세팅을 지시하셨고 여직원 몇 명이 와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저녁이 돼서 거래처 직원들이 도착했고 바뀐 사무실 분위기에 놀라면서 서로 가져온 선물을 교환하였다.

사무실에서 이렇게 와인을 마셔도 되나 하고 어색했던 기분도 잠시 한두 잔 들어가니 다들 연말 계획도 이야기하면서 웃기는 이야기도 하고 기분은 좋았다. 일하면서 다소 부대꼈던 이야기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 큰 문제는 아니었고 서로 웃으며 망년회를 마무리하였다.


생각해 보니 사무실에 연말 분위기를 더 내보면 좋을 거 같아서 인테리어 소품을 더 사 올까 생각하던 중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드는 수업이 1인 가구 지원센터에서 개설되었다고 해서 참여를 하게 되었다. 캐럴이 잔잔하게 흐르는 강습소에서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고 내 바로 앞, 옆에 있는 수강생들과 서로 조금씩 도와가면서 리스를 만드니 처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빨간 열매와 활엽수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고 같이 리스를 만들었던 수강생들도 하나둘씩 리스를 들고서 사진을 찍고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1인가구 센터도 수업을 진행한 강사님이 만든 리스를 기증받아 센터 내에 설치하였다.

나도 리스를 두 개를 만들어서 사무실로 가져온 뒤 여기저기 대보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구도가 어떨지 고민을 하였다. 한참을 고민한 뒤 장식이 끝난 사무실을 사진을 찍어서 직원들에게 보내주니 많이 신경 썼다고 다음에는 회사 직원들끼리 와인 파티를 하자고 한다. 현실은 정말 가혹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이렇게 최대한 서로 웃으며 즐겁게 살고 싶다. 마트에 가서 와인을 더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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