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겸 놀러 간 광주, 저녁에 뜻하지 않게 광주에 지인이 야구경기를 보여주었다. 오래간만에 넓은 경기장에서 야구도 보고 이게 웬일인지 경기 관람 중에 파울볼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스포츠 뉴스에 보면 파울 볼 잡으려고 난리법석을 피던데 내 발 앞 20cm 앞에 공이 떡하니 떨어진 것이다. 공을 주머니에 넣어놓고 경기가 끝나고 치맥을 하고 지인들과 헤어진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경기장 앞을 다시 지나가는데 기분이 꽤 좋아서 주운 파울공과 경기장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실없이 웃었다.
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니 광주버스터미널 앞으로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공을 높이 던졌다가 잡아보니 야구공의 두툼한 그립감이 마음에 들었다. 몇 번 와리가리 하던 중에 목이 말라서 터미널 안에 편의점이 있겠지 하고 터미널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도 공을 살짝 던지며 그립감을 느껴보던 그때 공을 휙휙 던지는데 높게 올라간 공이 다시 내려오질 않는다. 음? 뭐지? 하며 천장을 다시 보니 이런 낭패가 있나. 터미널 내 간접등을 쓰느라 조명 선반 위로 공이 올라가 버린 것이다. 순간 나의 경솔함에 이마를 탁하고 쳤는데 이미 일은 벌어져버리고 한밤중에 쌀쌀한 날씨인데도 웬일인지 식은땀이 나왔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여기서 못 찾으면 저 공은 영원히 바깥으로 못 나올지도 모른다. 3m ~ 4m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높이인데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사다리 같은 도구를 이용하거나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는 수밖에 하지만 늦은 시간에 관리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결국 내가 공을 찾아오기로 결심한다.
터미널 내부로 들어오니 이동식 비계 작업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12시 20분, 일단 나는 공을 찾아야겠으니 이동식 비계를 끌며 공이 놓인 곳으로 전진했다. 중간 통로로 진입하던 중 이동식 비계가 어딘가 걸렸는지 움직이지를 않는다. 천장을 보니 천장 높이가 일정한 게 아니라 공이 있는 곳은 내장공사를 따로 했는지 이동식 비계가 걸려서 전진이 불가능했다. 다시 원위치시키는데 이동식 비계가 겁나게 무거웠다.
결국 수평 이동이 가능한 사다리를 찾는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터미널 내부를 새벽에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수십 분을 돌았을까 드디어 터미널 구석에 놓여있는 접사다리를 발견했다. 부리나케 집어 들고 공이 있는 천장으로 가서 공을 찾으러 갔다. 선반 위에 손을 올려놓고 공 있는 위치를 찾는데 하얀색으로 조명빛이 받는 공을 발견하였다. 냉큼 집어다가 바닥으로 던지는데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쿵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통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니 아닌 밤중에 난리법석을 떠느라 땀이 흥건하게 났다.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와 함께 남은 신문지를 달라고 해서 공을 소중히 싸들고 왔다. 이제 광주만 생각하면 기아타이거즈 파울볼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