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일 극혐 하던 코너가 있었는데 바로 한 연예인을 앉혀 놓고서 그들의 과거사진을 보여주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이었다. 오래 활동한 연예인일수록 과거와 현재의 갭차이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소재로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굉장히 유치하고 저열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과 다른 참가자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웃고 있고 그 당사자는 마치 못 본 것을 본 것 마냥 수치심에 얼굴이 다 빨개진다. 우습게도 그 과거 사진 속에 있던 당사자는 환하게 웃고 있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은 절망감에 몸서리친다고 할까? 그 괴랄할 장면이 상당히 많은 프로그램에 나왔었고 나는 도대체 저 장면을 보면서 왜 웃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 나가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멘트들이 있다.
'걔는 예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다'
그러면서 과거의 모습을 빗대어 교묘하게 까는 뉘앙스가 있다. 근데 궁금한 게 과거에 가난하고 못나게 살았으면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되나? 학생 때는 당연히 모르는 것도 많고 돈도 없는 게 당연한데 생각보다 그때의 기억을 치부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왔는데 이러한 생각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걸쳐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상당한 이질감을 느낀 적이 있다. 나는 인생을 너무 속 편하게 살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것인가?
우리 모두의 과거는 오늘 보다 미숙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경험도 짧은 것이 사실이다. 삶의 과정 속에서 경험하고 배우면서 더 개선도 되고 발전도 되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과거의 부족한 나의 모습도 현재의 나를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모습이 무조건 적으로 '부족하다'라고 할 수 도 없다. 가끔씩 서울의 옛날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 추천으로 뜨길래 보다 보면 그때의 감성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상 속에서 보이는 어느 친구들이 소풍에 온 거 같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헤어스타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속에서 보이는 건 그들의 환한 미소뿐, 그것 만이 머릿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