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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Aug 31. 2022

제3장 8.정부 & 버스 회사에게 고(告)함(2)

정부 & 버스 회사에게 고(告)함(2)

공무원인 듯 공무원 아닌 공무원 같은 버스 기사




▶[신입 버스 기사들을 위한] 교육 자료 배포


필자는 과거 신입 기사들을 위해 일종의 교육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선임들이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이라 생각하여 만들었었죠. 그것이 지금도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크게 변할 것 없는 업종의 특성상, 한 번 만들어놓으면 꽤 오랜 기간 사용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필자는 회사 실무진의 승인을 받고 며칠간 직접 작성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그냥 만들어 제공했던 것입니다. 버스 업계는 타 업종과 달리 경력 사원이 입사하여도 노선 숙지부터 생활까지 기존에 익숙했던 껍데기를 모두 벗어야 합니다. 새로운 옷을 입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새로운 규칙과 생활에 관련된 관례를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데, 선임 기사들에게 묻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중장년층이 주로 입사 대상자라 “나이 먹고 물어보기 좀 그런데…”라며 질문을 아예 꺼리는 나이 드신 신입 기사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자료는 이들을 단기간에 적응시키는 데 꽤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차고지 위치, 사무실 및 배차실, 화장실 위치, 사무실 직원 이름, 노조사무실 위치, 식당 위치, 식단을 시작으로 버스 운행과 관련된 노선, 배차 간격 등 주의 사항과 특이 사항을 모두 기술해 놓는 것입니다. 표와 사진도 곁들여서 말이죠.


준공영제 여부와 상관없이 지자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통 홍보 사항을 공지하며, 나머지 부분은 각 버스 회사별 특징을 수록하면 좋겠습니다. 전국 최고의 준공영제 시행 지역인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도 신입을 위한 교육 자료는 없습니다. 최소 3개월 이상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신입 기사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베테랑 경력 기사들도 수시로 확인하고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 기사만 접속 가능한] 인트라넷 개설(준공영제 지역)


버스 기사들은 버스 회사의 상황과 서울시 버스 정책 정보에 매우 소외돼 있습니다. 입소문이 ‘진짜’라 믿으며 가짜 뉴스에 현혹되기도 하고, 그것이 사실인 양 왜곡하여 전파하곤 합니다. 이는 지자체에도 크게 이득이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주도적으로 개설해도 좋습니다. 버스 기사들만 접속 가능한 인트라넷(사내 인터넷망)을 개설하여 지자체는 버스 기사들을 위한 ‘진짜’ 정보를 제공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버스 기사의 소통 창구를 아우르는 마당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현재 버스 회사 행정 업무를 위한 인트라넷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버스 회사의 노선이나 첫차, 막차, 배차 간격 등 뻔히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닌, 신입 사원들의 실습비 책정 기준을 비롯해 기본급 및 수당의 기본 책정 금액, 연차 정보, 각종 법률, 의료 및 건강, 사고 대처 방법 등 버스 기사들이 궁금하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담는 것입니다. 


영상 홍보물을 게재해도 좋고, 실명제 게시판과 익명 게시판을 동시 개설하여 진정한 소통 창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베테랑 버스 기사들도 신입 사원들 질문에 각양각색으로 대답할 때가 많으며,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정보에 대해 확신하는 등 오류가 넘쳐납니다. “뭐 대충 그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도 확실히는 몰라”라는 대답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런 확실치 않은 ‘가짜 정보’가 정론화되면 손실은 누가 보게 될까요? 


모바일 앱과 웹 연동 사이트로 제작하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각자 회사번호를 부여한 사원번호를 활용하거나 아이디를 발급하여 정하면 좋겠습니다. 퇴사하면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 개인 정보 삭제와 퇴장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면 별문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트라넷도 현실적으로 준공영제 지역에서나 가능하리라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여러 이해가 얽혀 개설 및 관리 비용에 대한 관리 소재 여부 때문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IP. 인트라넷(intranet)


한마디로 특정 조직에서만 통용되는 ‘사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인트라넷은 인터넷과 통신 규약을 이용해 조직의 업무를 총괄하는 정보의 장으로, 주로 대기업이나 정부, 지자체, 학교, 군대 등 매우 많은 업종에서 사용하고 있다.


인트라넷의 최대 장점은 조직 내부 인원들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조직원들 간에 정보 공유가 쉽다는 점이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거의 사라진 익명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얼마전 LH 사태에 기름을 부은 LH 직원의 메시지도 인트라넷에 올린 것이 대외에 퍼져나가 문제가 된 것. 특정 조직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때론 외부로 유출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준공영제 지역 기사들의 시내버스 무료 이용


서울시 시내버스는 준공영제 체제로 서울시에서 통합 관리합니다. 2004년 도입됐으니 약 20여 년 가까이 운영되어 다양한 노하우도 쌓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주관하는 완전 공영제 지하철과 성격이 달라 시내버스는 회사별로 복지 프로그램이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기존 복지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서울시에서 통합 복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시 시내버스 기사만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혜택이 될 만합니다. 생색내기에도 좋고요.


현재 시내버스 기사는 자사의 버스는 무료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타사의 시내버스는 버스 요금을 지급하고 승차합니다. 이를 통합하여 서울시 전역의 모든 시내버스에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버스 기사들끼리의 암묵적인 승인이 아닌, 공식적인 복지 혜택으로 공표하는 겁니다. 사원증도 좋고, 새로운 ID카드를 발급해도 좋고 어떤 표식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무료 승차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일부 시내버스 기사들은 자신이 서울시 시내버스 기사임을 밝히고 무료 승차를 하곤 있지만,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닙니다. 정당한 승차인지 아닌지도 헷갈리죠.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것 하나에 감동하는 법이니까요. 


다만, 준공영제 이외의 지역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무임승차를 시행하려면 각 버스 회사가 합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닐 듯합니다.



▶배차 일정표(근무 스케줄)의 전산화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들은 대체로 1960년대에 태동했습니다. 당시에는 버스 요금을 손으로 세었고, 서류들도 수기에 의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서류들, 특히 배차표를 지금도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도 의무화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으니 한편으로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이젠 버스 업계도 전산화 바람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스 기사들의 근무 일정표, 즉 배차표는 매우 민감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내일 내가 운행해야 할 버스가 차고지 어디에 주차되어 있는지, 운행 시작은 몇 시인지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배차표가 무려 1주일 전에 공지되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는 전날 공지합니다. 150~300여 명에 육박하는 많은 기사의 근무 스케줄을 짜는 건 그야말로 대단한 기술이 아니면 해내지 못할 강도 높은 ‘정신노동’임을 인정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겁니다. 갑자기 아픈 사람, 지각하는 사람, 못 나오는 사람, 무단결근 등등. 


이에 각 회사는 배차실을 두고 배차 주임이나 담당 부장을 임명하여 전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은 자신의 휴무일이나 버스 출발 시각을 알아야 하기에 매일 매일 SNS에 올려놓는 배차표 사진을 보고 숙지합니다.



경기도 시내버스 혹은 서울 시내버스 스페어 버스 기사 시절, 애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내일모레 스케줄을 몰라 일정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주말에 일하는지, 쉬는지 모르기에 주말 약속은 언감생심입니다.



이젠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서울시에서 프로젝트를 검토한다면, 입찰을 통해 프로그램 회사를 지정하고 계획하겠지만 대략적인 뿌리를 그려보자면 이렇습니다.


기사들이 배차 프로그램에 매일 접속하여 1개월 치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다음 달 근무일을 점검합니다. 만근일과 원하는 근무일을 미리 정하여 배차표에 입력하는 것입니다. 기사 개인별 등급을 매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컨대, A 회사 A등급 버스 기사의 ○○월(말일 30일) 만근일이 22일이라면 근무일 22개, 휴무일 8개를 입력합니다. A 기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가 의무적으로 자신의 희망 근무일, 휴무일을 입력해 놓으면 회사는 형평성을 고려해 상벌점제에 입각, 순위를 정해놓고 우선순위에 A 기사를 배정합니다. 


회사가 미리 설정해 놓은 A 기사의 알고리즘대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것이죠. 기사 등급은 A부터 D까지 만들어놓고 프로그래밍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설정값을 두면 좋겠죠. 물론 휴무일을 지정해 놓은 고정 기사는 휴무일이 자동 지정될 것이며, 희망 휴무일만 체크하면 될 것입니다.


회사 담당자는 입력 마감일을 정해놓고, 입력이 완료된 것을 확인하면 ‘승인’ 절차에 돌입합니다. 가령 매월 25일까지 입력 마감해야 하는 회사라면 30일까지 승인을 거쳐 다음 달 1일에 시행하면 됩니다. 시행 후 변동 사항이 생기면 즉시 배차표에 반영하면 됩니다.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배차표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게 만들면 됩니다. 매일 배차표가 변동되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변동 사항 접수는 1주일 이내로 하면 되겠습니다. 또한, 수정에 제한을 두어 월 2회 미만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겠죠.


알고리즘을 설정해 놓으면 프로그래밍이 그리 어렵지 않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약 20여 년 전 국가에서 시행한 ‘호적 전산화 작업’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들어놓으면 미래 세대에게 환영받을 일일 겁니다. 


저상 오토매틱 버스와 더불어 회사가 기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부분이 배차 스케줄입니다. 어떤 일로 인해 배차실 눈 밖에 나면 매일 첫차, 막차 순번만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불공평하죠. 그러나 실제 일어나는 것들입니다. 이를 공평하게 만들 수 있는 예방책이 ‘배차 전산화’가 아닐까 합니다.


AI가 산업 전반에 번져나가고 있는 이때, 언젠간 배차표를 사진 찍어 기사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놨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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