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찬 Jan 17. 2023

CK는 언제까지 나와 함께 할 수 있을까?

CK는 언제까지 나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캘빈클라인이다. CK라 얘기하는 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때문이다.


수 없이 많은 의류 브랜드, 액세서리 브랜드 중에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구매하는 브랜드도 드물다. 옷은 물론이고, 가방, 시계, 모자, 향수, 속옷, 선글라스 등 'Wear'라 일컬을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 위치해 나를 감싼다.


이 브랜드의 전성기는 90년대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다. 당시 CK 청바지는 게스, 겟유스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리바이스 등을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청바지 상위권에서 포진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언제 어느 경로로 누가 수입했는 지는 모른다. 다만 IMF가 터지기 전, 해외 수입 브랜드들의 엄청난 공세가 이어졌다는 기억은 있다.


이런 브랜드를 내가 거의 20년 넘게 애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가성비를 엄격하게(?) 따지는 나에게 CK는 그만큼 특별한 셈이다. 구매 주기가 길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낡고 지저분해져 재구매할 때도 역시나 CK부터 검색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이 브랜드를 어느 나이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패션브랜드들은 연령별로 타깃을 차별화하고 있는데, CK의 포지션은 적어도 50대는 아닌 듯 하다. 요새야뭐... 과거 나이보다 10년 이상(혹자는 0.7을 곱하라고) 감해야 그 때 그들과 '동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억지스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내 나이에 맞는 브랜드를 다시 찾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은 바꾸기 싫지만, 나이에 맞는 언행이 필요한 것처럼 옷차림도 그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보수적인가? 그렇진 않은데,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남들 눈을 의식하게 된 것도 나이살인가 싶기도 하고.



이보다 심플하고 모던한 브랜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캘빈클라인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여러 홈쇼핑에 등장하는 CK를 보자니, 마음 한 켠이 헛헛하다. 병행수입도 아니고, '찐CK'도 아닌, 라이선스 계약에 의한 '중저가 CK'를 런칭한 모양새다. 나도 처음엔 이 가격에 CK를 만날 수 있어 매일 챙겨봤다. 못볼 것 같으면 추후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되새김질 했다. 몇 개 구입하기까지.


그런데 다르다. 디자인은 엇비슷할 지라도 품질이 좀 모자란다. 10년 전 30만원짜리 청바지를 큰 맘 먹고 샀을 때, 색감하나 달라지지 않은 채 10년 이상 입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난 명품이 하나도 없다. 내겐 CK가 명품이다. 오랜 시간 고민해서 하나의 아이템을 구매하는 편이라 더더욱 위시리스트에 명품이 끼질 못한다. 가성비의 고민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브랜드 CK.(나에겐 어느 정도 사치인 브랜드긴 하다만)


팬티 하나도 10년 넘게 사용하게 만드는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딸 마시 클라인은 '남자와 잠자리만 하려고 하면 팬티에 아빠 이름이 적혀 있어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한적도 있을 정도니뭐...(Every time I go to bed with some guy, I'm looking at my dad's name on their underwear. The trouble with having Calvin Klein for a father.)


버스기사는 '모양' 낼 일이 없다. 의복 기준이 까다로운 회사도 있고, KD운송그룹의 경우는 전국 모든 KD소속기사에게 의복을 제공하기에 동일한 유니폼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외투까지 지급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은 좀 자유롭긴 하다.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바지, 검은색 구두가 기본 폼이다. 그러나 흰색 운동화와 컬러풀한 패딩을 입는 기사들도 좀 된다. 그러니 나도 버스기사를 하면서 '모양' 낼 수 있는 부분은 가방과 외투, 신발 정도라 본다. 이 중에 CK는 꼭 끼어있게 되지만.


자유로운 복장이 가끔 그립다. 평일 자유롭게 술자리 약속 하나 잡을 수 없는 걸 보면 자유로운 복장은 그나마 누리는 '찐자유'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나는 60세까지 도전해 볼란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CK 백팩에 청바지, 
그리고 패딩을 입고 탑골 공원 한 번 워킹해 볼란다. 



작가 이순자는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에서 '자존감은 타인과의 경쟁과 상관없이 평소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높게 인정하는 마음'이라고 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부제: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