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찬이 책방

[19금]<나쁜 사장>+<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by 성찬

[19금] <나쁜 사장>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단상



※19세 이하 청소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뒤로하기 버튼 아님)



어찌보면, 사색의 시간을 하루 9시간 이상 갖고 사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운행 중간중간 '아! 이거 메모해놔야지.', '아! 이거 좋은 글재료가 되겠군.' 등 생각의 재료들을 메모하여 흔적을 남겨놓는다.

그런데, 글 쓸 시간이 많지 않다. 이불에 누우면 1분 내 램수면을 거쳐 숙면에 빠져드는 통에 과거에 내가 책은 어떻게 썼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뭔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듯.


어쨌든 최근 몇 개의 메모를 모아 짬짜면처럼 섞어 먹어볼까 한다.


단 열흘 만에 8권의 책을 읽어냈다. 내가 이렇게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중고등학생 때 보고 근 30년 만에 읽어버린 야설.

처음에는 아들 성교육 관련 서적이 뭐 있나 싶어 '미리 읽어보려는 심산'으로 검색을 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것저것... 누르고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다가... 단어 검색도 하고...
그러다가 스크롤... 걸러지지 않고...



머리는 잘려나간, 그리고 가슴은 손으로 가린 허리 잘록한 여자 사진이 확!

하마터면 '악' 소리 낼 뻔 했다. 드래곤볼 무천도사 코피 터지는 장면이랄까. 이제는 코피 터질만큼 가슴 뛰지도 않고 눈이 휘둥그레 지지도 않을 나이인데도, 너무 '사색의 시간'만 길어서 였을까. 코를 흘렸다.


눌렀다.

한 여름 스파이더맨같은 복장의 All 레깅스 여성이 런닝 머신에 올라타듯이 내 버스에 승차해도 뒷문 승객 하차에 더 신경을 썼던 나인데 말이야.

봐 버렸네.


눌렀는데... 가 AI 여성목소리로 설정해 놔서 더 실감나게... 들렸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찮다.

야설은 야설인데 야설같지 않은.

야설인듯 야설아닌 야설같은 소설.


작가는 '육봉남'. 제목은 <나쁜사장>

과거 개그 프로그램에서 봤던 브랑카의 "사장님 나빠요~!" 류는 아니다.


브랑카=사장님나빠요.JPG


작가님 이름 멋지다. 컴퓨터 구입할 때 자주 봤던 광고 문구, '최적화된 이름'이었다. 비즈니스차 누군가 만나 초면에 명함 건낼 때 어색함을 한 방에 날려줄 이름이다. 상대방을 한 방에 압도할 만한 이름이다.


기업소설쯤으로 말하고 싶다.

'응응부분'만 빼고 보면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대서사시'다. 한 인물의 성공스토리라 해도 손색 없다. 유통 관련 이야기라 관계자라면 필독서라 할 만 하다.


작가의 표현력은 물론, 작가의 배경 지식도 놀랍다. 디테일이 무지막지 해도 표현력(?)이 대단하여 스포츠카를 타고 활주로를 누비는 기분으로 금세 읽어내린다. 인물 관계도 엄청 나다.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저리가라다. 수 많은 인물의 이름 외우기에도 벅차다.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함에... ㅜㅜ)


후방주의는 물론이다. 언제 어느때 갑자기 장면 전환이 될 지 모른다. 어깨너머로 입김이 느껴진다면 이미 때는 늦었다. 이어폰 꽂고 있다가 배터리 방전되어 스피커폰으로 자동전환되기라도 하면... 차라리 눈을 감으시라.


야설은 왜 추천도서가 되지 않는가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 봤다.



여타 야설들은 보통 내용이 없다. 본능에 충실한 표현이 전부라 읽다가 졸리기까지 한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형식에 뻔한 스토리. (이런 스토리는 이미 고딩때 마스터를...)


아~! 그런데 이 소설은 YTN 뉴스 방송 중간에 종종 봤던 '원기회복 광고방송'을 보는 듯 하다. 남진 선생님이 나와서 외치는 '쏘파메놀' 광고같은.


"한 번 잡솨봐." "어떻냐고? 여러 말 필요없고 한 번 잡솨봐."


남자는 나이 먹어도 똑같다.

여성의 생체 리듬은 어떤 지 몰라도 적어도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은 다 같은 듯 하다. 열정은 20대 그것과 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묵직함은 만인의 공통분모다.



그러다가... 몇 일이 지나고...





야설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니 머리가 아파 넷플릭스 1위 수성에 빛나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봤다.


버스에서 시작되는 데스노트. 왜 버스에서 떨어뜨려 가지고서리...

이 장면을 보니 1주일에 1~2건 씩 휴대폰을 주워다가 사무실에 갖다준 나를 발견하곤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들은 회사에 전화를 걸고 회사에선 내 차 메신저로 공지사항을 날린다.



"운전석 뒷뒷뒷뒷뒷자리에 핸드폰 떨어진 거 없나 확인해 주세요."



'뒷'의 숫자만큼 의자를 세어 나간다. 바보같다.

버스 단말기 메신저는 답장을 할 수가 없다. 이런 메시지 받고 확인한 후에도 답장을 못한다. 휴대폰 분실자는 회사에 계속해서 전화할 터이고. 기다리시라. 차분하게.


일본 영화 리메이크인 이 영화의 핵심은 '휴대폰 간수 잘하자'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PCS 시절에는 서로 작게 만들려고 애를 써 '목걸이 휴대폰'까지 나왔었는데, 이제는 서로 크게크게.


버스, 복제폰, 수리점, 자두에이드 등 키워드 포인트를 심어두고는 친절한 설명 없이 주인공 동선만 따라가는 플롯이 좀 아쉽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코로나 예방접종같은 역할을 할 것 같아 '공익 영화'처럼 보였다.


결국 지난주 11살 아들 성교육을 위해 책을 샀는데, 책이 도착 전에 '성교육 영상' 하나 보여주려고 가족 단톡방에 공유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올린 '성교육 학생편'이었는데, 아내가 이를 보고선 톡을 했다.


"애 한테 벌써 이런 걸 보여주면 어떻게 해!"


"어? 별 내용 없는데."


아내는 이 정도도 야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만 바쁜가? 나만 가쁜가? 숨이 가빠온다.


아내에게 <나쁜사장>을 보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어폰을 귀에 살포시 끼워주고 작은방으로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작은방에서 기다려야 하나. ㅋ



덧붙임)

아! 브런치에는 야설 연재같은 건 없는 듯. ㅋㅋ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최태성 作 <역사의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