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일상 가까이 존재하는 성을 너무나 불편해하고 어색해했습니다. 성을 왜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성기’나 ‘성행위’만 집중해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은 성기나 성행위뿐 아니라 몸과 성별, 인간관계를 포함합니다.
성적 욕망이나 심리, 제도나 관습에 의해서 규정되는 사회적 요소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한마디로 성은 성적인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남자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도, 여자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도 따로 없습니다. 남녀의 특징을 한두 단어로 단정지을 수 없고, 한 사람이 여러 특징을 동시에 지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여성과 남성에게 어울린다고 인식되는 특징이 골고루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부터 인간의 성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이가 아름답고 당당한 성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올바른 성 인식을 지니고 이를 아이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하지만, 부모야말로 아이에게 성을 가장 잘 교육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이가 누구보다 먼저 보고 배우는 대상도, 아이의 성장 단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도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추기보다는 부모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주체성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도 주체성을 갖고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체성이 높은 아이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의 행복과 존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교육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또한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쳐 계속되는 주제입니다.
▷성 평등은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게 아닙니다. 1:1로 똑같이 나누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 때문에 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고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확한 답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됩니다. 이야기하기 쑥스럽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이럴 때 유용한 대화법이 바로 ‘GO! STOP!’ 대화법입니다.
‘GO! STOP!’ 대화법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질문했을 때 아이의 반응을 보며 GO를 할지 STOP을 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말 그대로 규칙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설명을 듣고 다음 질문을 한다면 GO, 설명을 듣고 다음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STOP합니다. 부모가 지레짐작하여 아이가 다음 질문을 하지 않음에도 앞서 GO하지 않고, 또 호기심 있는 아이의 질문을 STOP하지 않는 대화법입니다. 즉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GO, STOP을 조절하며 답하는 것입니다.
▷목욕 후 아이가 빨리 옷을 입지 않으면 “아이고 부끄러워. 얼른 옷 입자”라고 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아이의 벗은 몸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면 아이는 몸을 늘 가려야 하는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벗은 몸을 보이는 게 잘못이지, 벗은 몸 자체가 잘못이거나 부끄러운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이 옷을 휙휙 벗기고 입히는 부모도 있습니다. 함부로 쉽게 옷을 벗기고 입히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럴 땐 ‘혼자 입을래? 아니면 좀 도와줄까?’ 하고 제안하는 게 교육적으로 적절합니다.
▷자궁은 아기가 사는 집이라는 의미인데, ‘생식’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단어입니다. 한자로 자궁에는 子를 사용합니다. 子는 아들을 의미하는 한자로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요즘에는 ‘세포 포(胞)’ 자를 사용하여 포궁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아들의 집’이 아니라 ‘세포의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특정한 성별과 관계없이 ‘아기를 감싸는 집’이란 의미를 강조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처녀막’입니다. 이 단어들은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맥락에서 여성만을 대상화하여 차별적으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담은 표현입니다. ‘질 주름’ ‘질 근육’입니다. 아직도 질 주름(질 근육)을 ‘질 막’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순결을 판단하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과 신체기관을 정확히 안다면,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 성기의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세요.
성교육은 아이의 성장발달에 맞춰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아이가 성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할 때는 즉시 교육해야 합니다. 아이의 질문이 시작된 때가 성교육의 적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회를 경험하며 부쩍 질문이 많아집니다. “엄마는 왜 고추가 없어?”라고 묻고 “엄마는 왜 앉아서 오줌을 눠?”라고 묻기도 합니다.
▷자위 때문에 아이를 혼내거나 겁을 주는 부모의 행동이 문제입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윽박지르면 아이는 부담을 느끼고 자기만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거리 두기를 합니다. 아주 길고, 강력한 거리 두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자위행위를 제지하면 할수록 아이는 자위에 더 집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자위행위를 끊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보다는 아이를 더 이해하는 쪽으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노력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도 알아차릴 겁니다.
▷지금껏 자위행위는 나쁜 행동으로 치부됐습니다. 자위행위로 인하여 정신이상을 초래한다든가 성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영국 온라인 매체 인디펜던트의 연구에 따르면 자위를 통해 느끼는 오르가슴이 엔도르핀을 증가시켜 우울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호주 시드니 대학교 공중위생학자 앤서니 샌텔라(Anthony Santella) 교수와 그의 동료 스프링 셰노아 쿠퍼(Spring Chenoa Cooper) 교수는 자위행위가 당뇨병, 전립선암, 방광염 등 다수의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건 자위 예절
그러니 자위하는 아이를 목격한다면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방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아이에게 창피 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소리를 질러서도 안 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위 예절이지 수치심이 아닙니다. 수치심은 자신을 부정할 때 생깁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를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에 두지 마세요. 자기 부정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와 반드시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아이를 우선 안심시키세요. 시작은 사과입니다. 부모가 사생활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까요. 성관계는 지극히 사적인 행동입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미안한 것이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부부의 성관계 장면을 목격한 아이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라며 다가가야 합니다.
▷사춘기에는 2차 성징이 나타납니다. 그런 2차 성징을 사춘기에 들어서 준비하는 것보다 초등 저학년부터 미리 준비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급격한 몸의 변화를 맞이하면 당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2차 성징을 경험합니다. 그러니 그전 저학년 때부터 사춘기에 따라 변화하는 몸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2차 성징이 나타나니 그때서야 ‘이제 시작해볼까!’ 하고 알려주면 늦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미리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2차 성징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아이가 2차 성징을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자기 몸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지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의 질문에 왜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직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줄게. ○○이 몸은 지금 성장하고 있어. 성기도 성장 중이고. 대부분의 남자는 자연적으로 포경이 돼. 자연적으로 포경이 안 되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스무 살 정도 되어야 알 수 있어. 그래서 엄마는 기다렸던 거야. ○○이가 좀 더 자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어. 포경수술을 꼭 받고 싶다면 지금 그렇게 해줄 수 있어. 그렇지만 친구들이 했다고 따라서 하는 건 적절한 태도는 아닌 것 같아”라고 설명해주세요.
이런 내용을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더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 :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부모 : 아빠 몸속에는 아기씨가 있어. 엄마 몸속에도 아기씨가 있고. 두 아기씨가 만나면 아기가 되지.
아이 : 아기씨는 서로 어떻게 만나는데?
부모 : 엄마 몸속에는 아기씨들이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어. 아빠 아기씨가 그 길로 들어와서 엄마 배에서 만나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부모 : 아빠의 아기씨는 정자, 엄마의 아기씨는 난자라고 해. 정자가 난자에게 가려면 엄마에게 있는 길을 통해서 갈 수 있어. 길에도 이름이 있어. ‘질’이라고 해. 정자와 난자는 질을 통해서 만나. 만날 때는 아빠의 음경이 꼿꼿해야 해.
아빠의 음경에서 정자가 나와서 엄마 몸속에 있는 난자와 만나는 거야. 그럼 아기가 생기지.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고 반드시 아기가 생기는 건 아니야. 엄마, 아빠는 ○○이를 아주 많이 기다려서 만났어. 그만큼 ○○이가 태어난 건 기적 같은 일이야.
아이가 부모의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레고나 블록과 같은 장난감 도구를 활용해서 설명해보세요.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싶다면 그림책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저명한 생물학자 최재천 박사는 생명 탄생과 관련하여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거의 가능성 없는 일이며 확률이 낳은 기적으로,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생명 탄생은 말 그대로 기적입니다.
▷생명 탄생과 관련해서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아기는 성관계를 통해서만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입양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아기는 몸을 통해서만 가족이 되는 게 아니라, 입양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은 생물학적 부분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아이가 탄생과 가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삶과 개념을 수용할 수 있는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관상어로 유명한데, 이 코이를 작은 어항에 넣으면 5~8cm만 자랍니다. 수족관에 넣으면 15~25cm만큼 자라고, 강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랍니다. 그래서 코이는 “생활하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 또한 주변 환경과 생각의 크기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어항에서 기르면 작게 크고, 강물에 놓아기르면 크게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도 어떤 틀에 맞추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다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생각의 크기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아이의 개성을 어항에 가두지 않고 강물에서 마음껏 자라나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