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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23. 2021

[해피버스데이] 제2장 2.버스 반입 금지 품목

버스에 음료수 캔, 일회용 커피를 들고 타면 안 되는 이유

제2장 2.버스에 음료수 캔, 일회용 커피를 들고 타면 안 되는 이유

버스 내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겨울에는 조금 덜하지만, 여름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일회용 컵에 커피를 잔뜩 담아 빨대로 조금씩 마시며 버스에 오르려 하죠. 지금은 마스크가 일상화되어 버스 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뭔가를 먹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전에는 버스 내에서 뭔가를 마시고 먹는 행위가 자연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끼니를 놓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버스에 앉아 햄버거나 떡, 과자 등 간식을 대놓고 먹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차 여행의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추억하는 어르신들은 버스도 동급이라 생각하셨을 겁니다.


2018년 1월 4일 서울시는 아래와 같은 조례를 신설합니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볼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 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 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적용 기준은 ‘가벼운 충격으로 인해 내용물이 밖으로 흐르거나 샐 수 있는 음식물(가벼운 충격: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경우 등), 포장되어 있지 않아 차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입니다. 단, 차내에서 먹을 목적이 아니고 단순히 운반하기 위해 포장된 음식물 또는 식자재 등은 허용됩니다.


이런 조례가 왜 생겨났을까요?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못 먹고, 경기도 시내버스에서는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필자의 확인 결과, 서울이나 경기도나 모두 이 조례는 적용됩니다.(경기도 공무원 통화. 책 원문에 없는 내용)


이런 조례 신설은 모두 ‘사고’에서 시작됐습니다. 



승객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뜨거운 커피가 누군가의 몸에 닿아 큰 화상을 입었고, 주스를 바닥에 흘려 끈적함 때문에 구두 수선 비용을 기사에게 배상하라고 했으며, 흥건한 바닥 때문에 넘어지는 전도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죠. 세탁비를 기사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승객은 오히려 애교 수준입니다.


얼마나 많은 부주의한 사고가 발생했으면 조례까지 신설했을까 싶습니다. 지하철과 달리 버스의 흔들림은 매우 큽니다. 대한민국 도로의 질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유럽의 돌길과 비교할 순 없지만, 포장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최근엔 이러한 점 때문에 아스콘 대신 시멘트로 도로포장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10t이 넘는 버스의 하중 때문에 버스 중앙 차로는 깊게 팬 곳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큽니다.


승객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같은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동일시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테이크 아웃 컵을 들고 버스에 오르려 합니다. 이런 승객을 더운 여름철에는 하루 1~2번은 꼭 만납니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그래도 이런 승객은 또 나타납니다. 


경기도 승객이든 서울 승객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하지 않다가 경기도 시내버스에 가서는 일회용 컵을 들고 승차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버스에서 1시간가량 소요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버스 기본예절이 아닙니다. 냄새나 상품의 부피로 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나, 뜨거운 커피를 쏟아 세탁비가 발생하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가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홍보와 계도가 잘 이뤄졌다고 해도 결국 개개인의 인성 문제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교통질서를 무시하는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필자가 경기도 시내버스에 근무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더운 여름 어느 날 주간 운행 중 버스 내 승객도 별로 없던 외곽 도로에서 학생 한 명이 승차했습니다. 손에 사이다 캔 하나가 쥐여있던 것을 못 봤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캔 따는 소리가 크게 울렸죠. 저는 그 소리를 듣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학생은 사이다 캔을 따고 얼음이 잔뜩 담긴 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고 먹으려던 찰나 저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죠. 살짝만 흔들려도 바닥에 사이다가 흥건해질 수 있는 상황. 결국, 그 학생은 그 사이다를 마시지 못하고 정류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탔습니다. 


버스 내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료 기사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정말 충격적인 내용이라 몇 자 적어봅니다. 운행을 종료하면 버스 내 바닥 청소를 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치킨 냄새가 나더랍니다. 뒷좌석 쪽으로 가보니 의자 바로 밑(치우기도 힘든 곳)에 치킨 뼈를 잔뜩 쌓아놓았다고 합니다.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뜯은 셈이죠.


필자는 생각해 봅니다. 개도국을 거쳐 선진국을 코앞에 둔 시점에 우리의 의식 수준은 아직 높지 않구나. 자신의 만족만 채울 수 있다면 어떠한 이기적인 행동도 불사하는 미개한 수준의 의식을 가진 시민이 아직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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