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버스 공영제 서비스를 받을 것
지난 2019년 6월 22일 이동통신망(5G)을 이용한 자율 주행 버스가 사람을 태우고 서울 도심을 달렸습니다. SK텔레콤의 11인승 자율 주행 버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부근에서 500m를 시속 10km로 버스 기사 없이 운행했습니다.
이 버스는 자율 주행 레벨 5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하여 제한 구역에서 자동 운전이 가능한 만큼 긴급 상황을 대비하여 버스 기사는 운전석에 앉아 있긴 했습니다. 이동통신망을 통해 150여 개의 표지판 정보를 인식하고 운전자 개입 없이 편안한 주행을 했다고 하더군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는 자율 주행 차를 연구한 결과와 신차 발표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자동차는 먼 미래 실현될 가능성이 큰 이슈로 틀림없어 보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드론 버스’, ‘드론 택시’ 개념도 도입되며 2025년 실전 배치된다고 하던데요. 이런 것들이 언론 보도에서 이슈화하는 만큼 조만간 가능할까요?
필자는 인문학을 전공하여 이 분야에 아는 바가 많지 않지만, 버스 업계의 상황을 바탕으로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30년 내 불가능해 보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 속도를 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한된 공간(디바이스) 안에서의 발전이라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교통은 다릅니다. 교통의 흐름은 수많은 통계와 신호가 있기에 AI(인공지능)가 잡아낼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많은 인식표를 도로에 심어야 하며, 모든 차량이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별도의 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거기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의 행동은 AI가 잡아낼 수 없는 가장 큰 변수이기에 연구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듯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걱정조차도 분석하여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30년 내 불가능하리라는 게 필자의 견해입니다.
레벨 5가 아니면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반드시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버스 기사의 미래가 불안정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레벨 3~4에서도 돌발 상황 시 갑자기 수동 전환되므로 운전자가 한눈을 팔 수도 없습니다.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주의가 필요한 셈입니다.
지금 미디어를 통해 도배되는 자율 주행 차들이 ‘레벨 5’에 올라서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2020년 미국 GM 자회사 크루즈에서 레벨 5 자율 주행 차 ‘오리진’을 선보이긴 했습니다만 출시 계획은 없답니다. 그저 홍보용입니다.
지금 많은 차에 설치된 ‘크루즈콘트롤’, ‘어드밴스드 크루즈콘트롤’ 등은 레벨 1단계입니다. 레벨 3도 요원한 상태인데 하늘을 날아다니는 버스가 등장할까요? 죽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레벨 0(수동운전) 자율 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차량
레벨 1(운전자 지원) 차선 이탈 경보, 자동 브레이크, 자동 속도 조절 등 운전 보조 기능
레벨 2(부분 자율 주행) 핸들 조작, 가/감속 가능, 통합적 능동제어 단계, 운전자 상시 감독 필요.
레벨 3(조건부 자율 주행) 교통 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하는 단계로 대부분 자율 주행 가능. 돌발 상황 시 수동 전환.
레벨 4(고도 자율 주행) 주변 환경 관계없이 제어 불필요. 필요할 때 수동 전환.
레벨 5(완전 자율 주행)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 주행차.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율 주행 버스는 나오더라도 제한된 지역에만 운행될 것이며, 모든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시기는 30년 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승용차는 30년 내 가능할지도) 지금 버스 기사를 희망하는 모든 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현재 버스 회사의 상황을 보면 10년 된 버스를 골골거리면서도 운행하고 있고, 헤드라이트 하나 교체하는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 손을 떠는 버스 회사인데, 그 도입 시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기본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면 쉽사리 출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윤리적인 책임 부분도 간과할 수 없죠. 사고 책임은 누가 짓느냐에 따른 법정 공방도 분명 난무할 것입니다.
지난 2020년 9월 자동차손해배상법령 개정 사항을 반영해 12개 손해보험사들이 업무용 자율 주행 차(상용차) 전용 특약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자율 주행 차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을 개정하여 레벨3에 해당하는 자율 주행 차 상용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즉, 자율 주행 차의 교통사고에 대해 보상 범위를 명확히 한 거죠. 그저 기준만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현재 보급 확대되고 있는 전기버스의 ‘무선 충전’시스템이 더 주목됩니다.
국내 전기 버스 회사 에디슨도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버스를 만들고 있으며 2021년 하반기에 국토부 인증을 거쳐 자율 주행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버스도 운전자는 필요합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 5는 아니죠.
이처럼 버스 기사는 먼 미래에도 비교적 안정적 수입을 확보하는 업종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율 주행 버스가 나오더라도 레벨 4 이하라면 운전자의 노동 강도는 낮아지고 역할은 그대로이기에 더욱 버스 기사는 주목받을 것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다른 운수 업종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버스 생활의 생리가 자신과 잘 맞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진입하기에 좋은 업종입니다.
지금으로선 이런 기술적인 발전에 기웃거리기보다는 더 나은 근무 환경과 투명한 채용 시스템, 민주적인 노사 관계 등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시기입니다. 생명과 직결된 승객의 이동권이 더 나아질 방안을 모색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사의 근무 환경과도 직결돼 있음을 직시하고 법 제도를 손질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울러 무질서가 습관화되어 있고, 차량 흐름에 방해되는 행위가 만연한 후진국형 교통 문화도 다양한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시켜야 할 중요 사항입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현재 버스 회사나 버스 기사, 버스 승객 모두 버스 문화와 버스 예절, 버스 환경에 무심합니다. 70~80년대와 매우 닮아있을 정도로 변화를 잘 읽지 못합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버스의 미래에 대해 회사 동료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도네요.
“인간이 운전해 줄 때가 좋은 겨. 기계가 하면 바로 문 닫을 겨. 사람이 끼이든 말든. 휴대폰 보다가 늦게 내리는 거? 제시간에 타고 내리지 않으면 얄짤없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