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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Jul 14. 2022

개진상 오버랩 현상

<해피버스데이> 제2장 1. 할머니들의 역습 편을 보면,

이런 대사들이 나옵니다.



“내가 아는 영희(가명)네 말이야. 버스에서 넘어졌는데 합의금으로 30만 원 받았대. 별로 아프지도 않고 걸을 수 있었는데 아프다고 했더니 기사가 합의금을 먼저 줬다고 그러네.”

“어머 어머, 진짜? 그럼 나도 해봐야겠네.”

“그러게. 용돈 필요할 때 하면 좋겠네.”

“많이 안 다쳤대? 안 다치고 돈 받는 방법은 없나?”



https://brunch.co.kr/@seoulbus/19



이 대화는 과거 제가 재직했던 버스기사 동료가 찜질방에서 실제 들은 이야기입니다.


버스 기사들이 그리 만만해 보이는 것인지,

한탕 해 먹기 쉬운 아이템이라 그런 것인지,

대체 왜 이럴까요.



일전에 '개진상 오버랩 현상'이란 것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버스기사들은 대다수의 선량한 손님들도
진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겪습니다.



손님이 싫어지는 현상 정도?

손님이 조금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도 '진상'으로 치부하게 만들어

버스 기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친절'은 저 산 너머 어디론가에 내버리게 되지요.


조용히 '안전 운전'만 하고 싶습니다.

'운송서비스'만 하고 싶습니다.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303608?sid=102


어제 큰 이슈가 됐던 뉴스입니다.

모 버스회사에서 기사들 사고 예방 홍보 차원에서 만들어 배포한 것이 일파만파 퍼진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이 동영상을 보고 크게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서울시내버스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것이거든요.

물론 이 정도 '사악한 쓰레기'까지는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잔잔한 사건들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B-pDKsZCX_8


참 할 말이 없네요.


만약 저 '쓰레기'의 발이 실제 버스 뒷바퀴에 깔렸다면,

뼈는 분명 으스러질 겁니다. 산산조각나겠죠.

버스 중량이 10톤이기 때문입니다.(승용차 5배 이상) 승객까지 태우게 되면 훨씬 더 증가하겠죠.

다리를 절단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별로 안 아플거라 생각했을까요?


만약 사고가 났다면 버스 기사는 어떻게 될까요?

서울시는 좀 상황이 다르지만, 경기도 버스의 경우는 거의 퇴사 압박에 시달립니다.

버스 기사의 비과실이 입증되면 상관없지만,

만약 CCTV가 없는 버스였고, 버스가 출발했다면?

100% 해고입니다.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요?



CCTV없는 시내버스 기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한 사람의 다리를 자르게 됐다며
사표쓰고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되겠죠.




저런 쓰레기를 왜 그냥 보냈는지...


...


버스기사를 하면서 세상에 참 쓰레기가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책에서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이기주의자들이라 표현했지만,

'개쓰레기'들이 참 많습니다.

반면, 타인이 나를 개쓰레기로 보진 않는지, 매사 더 조심하게 되는 것도 생겼습니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곱씹어보고, 열번 양보해도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은 개쓰레기들.


그런 인간들도 손님으로 받아 선량한 손님 사이에 섞여있게 만들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야 하는 것이 

'운송서비스'를 업으로 삼은 우리들의 과업인 셈이지요.


어떤 직업이든 희노애락 없겠냐만,

이 직종은 강도가 좀 세네요.

저런 쓰레기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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