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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Sep 07. 2022

버스는 왜 교차로에서 비상등 켜고 지나갈까?

버스는 왜 교차로에서 비상등 켜고 지나갈까?(feat.신호등 황색불)


교차로에서 혹은 횡단보도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면입니다.

신호등이 황색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찰나, 버스가 비상등을 켜고 휙 지나갑니다.

이 때, 오토바이 혹은 선진입한 차량과 추돌 혹은 반대편 차량과 정면 충돌로 대형사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주 끔찍하죠.


그렇다면 버스는 왜 이런 위험천만한 행동을 자주 행할까요?

버스 회사에서도 황색불에 멈추라고 수 백번을 이야기해도 왜 듣질 않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버스기사의 이러한 행동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집니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 그냥 황색불에 서면 되지 뭔 소리냐.

이렇게 반문하겠지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버스 운행 간격이 넓어져서(벌어져서) 마음이 조급할 때


운행 간격이 넓어지면, 여러모로 피곤해집니다. 그냥 넓어진 간격대로 운행해도 되겠지만, 수 많은 승객들이 정류장에 누적되어 버스 기사의 피로도도 비례하게 됩니다.


버스기사는 어떻게든 간격을 좁히려고 애쓰게 되죠.


운행 간격을 벌린 앞차가 자동미션이라면 더욱 휙휙 차고 나갑니다. 뒷차가 수동기어(스틱)라면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참아야 합니다. 안전을 생각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죠.


이런 상황에서 신호등이 유혹합니다. 자신이 타고 있는 노선 전체 신호등의 패턴과 주기, 시간을 모두 꿰뚫고 있는데도 소용없습니다. 


교차로를 20~30m 정도 앞에 두고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황색불로 바뀐다면, 버스 기사는 0.1초 사이에 수 많은 생각을 하며 모든 상황을 스캔합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판단으로 지나갈 지 멈출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단말기에서 간격 확인, 입석 손님 숫자 확인, 진행방향 좌회전 오토바이 바퀴 확인, 좌우측 횡단보도 사람 확인하고 안전이 확보된다고 생각될 때 교차로에 진입합니다. 모든 상황을 스캔해서 안전이 확보되면 액셀을 더 밟는 것입니다. 교차로에 진입 후 빨간불로 바뀌어도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



버스는 승용차처럼 급정거를 할 수 없습니다.




신호위반 카메라가 있거나 교통경찰 캠코더 촬영이 있다면, 급정거를 하게 되는데, 이때 전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더 가속하곤 하죠. 과태료는 이 때 많이 발급되죠. ㅜㅜ


신호등이 황색불이라면, 몇몇개는 지나가야 운행간격을 맞출 수 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위험해 보이죠. 버스 기사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사고나면 끝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둘째, 버스전용중앙차로에서 버스 운행 간격이 좁아져서 천천히 가고 싶은데, 뒤에 타사 버스가 밀고 올 때


이는 버스전용차로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텐데요. 이런 때도 버스는 교차로를 지나갑니다.


제 버스가 운행 간격이 좁아져서 천천히 가고 싶은데, 아니 그래서 천천히 가고 있는데 뒤에 타사 버스가 밀고 올 때 난감해집니다. 버스전용차로는 모든 버스들의 공용도로이기에 일정 속도로 주행해야 합니다. 빠르거나 천천히 가는 것들 모두 해가 되는 행동이지요.


운행 간격이 좁아 천천히 가려면 비켜줘야 하고, 운행 간격이 넓어 빨리가려면 앞차에 신호를 보내 추월하면 됩니다.



신호등이 파란색인데도 천천히 가며 황색불을 오히려 기다려보는데, 뒤에서 득달같이 달려오는 타사 버스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교차로를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황색불이 들어오고, 나는 비상등을 켜며 바쁜 척 지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신호위반에 바빠 보이겠지만, 실상은 정 반대죠. 가기 싫은데 지나가야하는, 그래서 비상등 켜는 것이죠.


버스전용차로에서 종종 뒤차에 길을 양보하기도 하는데, 양보할 도로폭이 나오지 않는 구간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셋째, 교차로 혹은 횡단보도 10~20미터 앞에서 황색불이 켜질 때


버스는 급정거가 위험합니다. 승용차처럼 제동거리를 짧게 할 수 없습니다. 급정거로 입석 손님의 전도사고 위험성도 높습니다.


교차로 혹은 횡단보도를 10여미터 앞두고 신호등이 바뀐다면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합니다. 정차한다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교차로 한 가운데 놓일 가능성이 짙습니다.


그럴봐엔 비상등 켜고 빨리 지나가는 게 옳습니다.



버스가 빠르게 혹은 천천히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운행 간격'입니다. 이는 '정시성'과 뗄 수 없는 단어이지요.그래서 시내버스는 신호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버스의 난폭운전이라 할 만한 것들에 이런 이유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회자 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버스를 한층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https://brunch.co.kr/@seoulbu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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