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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교육청 Feb 12. 2018

좋은 생두를 선별해, 가장 맛있게 볶는 일

바리스타 문병웅을 만나다


     

커피 볶는 냄새가 좋아서
원두 사러 왔어요.

누군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와 말합니다. 카페 안은 커피를 볶는 건강한 향으로 가득합니다.

매일 오후 커피를 직접 볶는 바리스타 문병웅 씨는 향미가 풍부한 건강한 원두를 고집합니다. 그의 카페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 향이 좋아서 들렀다가 단골이 됐다고 하는데요. 바쁜 일상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쉼을 주고 있는 그는 커피 만드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cafe 46'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어떻게 바리스타가 되었고 카페 문을 열게 되었을까요. 정성스럽게 만든 커피 한 잔을 건네주며 자신의 커피인생을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했습니다.      

 




문병웅 : 28살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 겸 매니저로 일을 했어요. 일하던 어느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서 먹었는데 입 안에서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나는 거예요. 어떻게 커피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놀라웠어요. 그 이후에 수천 잔을 만들었지만 그 때의 견과류 맛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커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뽑을 수 있는지, 다양한 커피 종류의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향미가 풍부하고 건강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거요. 

또 하나 이유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로스팅한 지 오래된 원두, 탄 원두, 방사능에 노출된 원두를 다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항상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 이런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손님에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타지 않고 향미가 풍부한 건강한 원두를 만들자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연구하고 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제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문병웅 :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했어요. 아무래도 돈을 벌 나이라서 공부만 할 수는 없었거든요. 보통은 바리스타 학원을 많이 다니지만 저는 자격증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어요. 솔직히 자격증은 돈만 내면 다 딸 수 있거든요. 전 커피에 관련된 논문을 봤어요. 1970년대에 유럽에서는 이미 커피 연구를 거의 끝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커피에 대한 논문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커피가 맛있게 볶이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면 좋은 향미가 나오는지 다 나오더라고요. 영어로 본 건 아니고, 번역된 책이 많아서 그걸로 공부했어요.(웃음)  

3~4년 정도 수많은 책을 보면서 커피숍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프랜차이즈에서 2년 일하다가 나와서 개인 로스터리 샵으로 이직해서 일 년 넘게 더 일한 후에 핸드드립 전문점인 제 가게를 열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대한 신비감이 있어서 뭔가 대단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단, 공부할 때 인터넷을 절대 맹신해서는 안 되죠.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합니다.    




문병웅 : 저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무엇보다 맛을 잘 봐야 하죠.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자주 먹는 김치찌개 같은 경우도 각 식당마다 맛이 다 다르잖아요? 이 맛을 다 구분해서 가장 맛있는 찌개를 찾아내듯, 커피의 맛과 향을 섬세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길러야 하죠.

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에요. 손님이 뭘 생각하고 어떤 커피를 먹고 싶어 하는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호텔을 찾은 손님이 체크아웃하고 나가면 무슨 비누와 향수를 썼고 신문을 봤는지 다 체크해 놓았다가 그 사람이 또 오면 준비해주는 서비스와 같은, 그런 마인드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마케팅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카페를 열게 된다면 커피 맛을 내는 것만큼 중요해요. 저도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했는데 이 바닥에 들어와서 생업으로 살아가려면 경영능력을 꼭 키워야 해요. 저도 지금 계속해서 경영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문병웅 : 제가 하는 일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수많은 생두 중에 좋은 생두를 선별해서 가장 맛있게 볶는 거예요. 이렇게 하려면 맛을 구별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죠. 맛을 구별하는 능력은 자주 먹어보고 느끼고 맛을 계속 표현하려고 해야 해요. ‘예가체프 커피는 고소한 맛이 나면서 꽃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산미가 있는 커피예요’라고 이야기 하듯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하죠. 굉장히 피곤한 일이지만 이런 과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커피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기억하는 훈련을 하면 좋아요. 이렇게 하다보면 커피 한 잔을 먹었을 때 입안의 모든 미각이 트인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 저도 계속 훈련하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어느 날 입 속에서 맛이 다 분해되는 느낌이었죠. 먹고 가만히 있으면 백날 해봐야 늘지 않으니 꼭 입 밖으로 내뱉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문병웅 : 프랜차이즈점 보다 개인 로스터리 샵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강릉 커피거리에 있는 ‘테라로사’‘커피리브레’를 가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커피로 성공한 사람들의 카페에 가서 맛을 보고, 어떻게 경영했는지도 꼭 봐야 해요.    



문병웅 : 사람들이 제 커피를 먹고, 먹어 본 커피 중에 제일 맛있다고 할 때가 정말 최고의 기분입니다. 그동안 연구하고 공부했던 게 빛을 발하는 기분이랄까요. 바쁜 일상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 커피 한 잔이 쉼이 되고 작은 감성이 될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죠.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가 참 좋습니다. 물론 돈을 많이 벌 때도 행복하겠죠? (웃음)

커피의 매력을 꼽자면 모두 다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이에요. 커피가 ‘난 이런 맛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웃음) 핸드드립 전문점인 만큼 커피 고유의 맛을 잘 내게끔 로스팅하는 것이 제 일인 것 같습니다.      





문병웅 : 솔직히 말하자면 돈을 벌기는 힘듭니다. 단순히 바리스타만 해서는 미래가 밝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남들과 차별성 있는 아이템이 꼭 필요합니다. 로스팅하는 기술은 꼭 배우라고 하고 싶네요. 앞서 강조했듯이 미각훈련 경영훈련도 꼭 병행해야 합니다. 바리스타를 생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절대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쉽게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연구해야만 자신이 꿈꾸는 바리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문병웅 :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 내리는 일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인드를 밑바탕으로 남들과 차별화된 아이템을 개발하고, 맛을 보는 능력, 경영능력 등 3가지를 꼭 갖추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교육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커피점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다음에 개인 로스터리 샵에서 일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책보면서 공부도 해야겠죠? 개인 커피점을 차리고 싶다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두는 게 좋습니다.

많이 먹어 보고, 다양한 커피점을 돌아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상대해 보세요.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한다면 훌륭한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서울교육나침반

https://blog.naver.com/seouledu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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