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다음 기회에...

by seoul

10화. 훌훌 — 다음 기회에


“아쉬운 마음 전합니다.”
교수 채용 결과를 받았다.

물론 될 거라고 100% 믿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식어버린 설렘이
의외로 오래 잔상으로 남았다.

이번 주까지만 기다려보자,
했던 스스로와의 약속.
그 끝에서 결과를 마주했고,
이젠 확실해진 상황 속에서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졌다.

다시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다시 도전의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며칠 전 브런치 팝업스토어에서
‘도전’이라는 주제에
소망을 적은 종이가 떠올랐다.
그땐 뭔가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돌아와 생각해보니
미래는 꽤 까마득했다.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고,
또 걱정부터 했다.
현실을 걱정하면서
성공조차 두려워하는 나 자신이
어쩐지 바보 같았다.

더 잘 살고 싶다고 하면서,
잘 되는 과정을 겁내는 사람.
“당차게 척척 해내고 싶다”
말하면서도
현실의 그림자에 걸려 멈칫하는 사람.

그러다 생각했다.
그래, 지금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처음이잖아.
다음 기회엔 조금 더 나아질지도 몰라.

“다시 실패해보자.”
그 말을 해놓고
마음속으로 눈물이 났다.

좀, 되주지.
좀, 돼봤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실패는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흔들림일 뿐이라는 것을.

잠시 꿈을 꾸었고,
잠깐 걱정을 했고,
이제 다시
한 장을 넘길 시간이다.

훌훌,
이번 기회를 놓아준다.
다음 기회를 향해 가볍게,
그러나 꺾이지 않게.

알지만, 쉽게 내려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익숙해서, 아니면 아쉬워서

때로는 그것이 마지막일까 두려워서.


그래도 오늘 나는

한 걸음 물러서기로 한다.

집착이 아닌, 존중으로.

실패가 아닌, 쉼으로.

무너짐이 아닌,

다음 가능성을 위한 틈의 시작으로


오늘 당신은 어떤 기회를 놓아주었나요?
그 기회를 잃은 자리에,

다시 무엇을 품어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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