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속도의 삶

빨리 달리지 않아도 돼

by seoul

《네 속도의 삶》


사랑하는 딸에게.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고, 각자의 방향이 있고,
그리고 각자의 타이밍이 있단다.
아빠의 타이밍은 남들보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왔던 것 같구나.
돌이켜보면,

너희 세대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찾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딸아, 네가 살아가는 속도를 보며 아빠는 바란다.
조바심 내지 말고, 너의 시간을 믿어주렴.
결과가 늦게 오는 건 실패가 아니란다.
과정에 머물렀다고 해서 멈춘 것도 아니야.

아빠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 시절엔 모든 게 속도전 같았지.
빨리 성공해야 하고, 남보다 먼저 자리 잡아야 했고,
뒤처지면 끝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더 몰아붙였고, 더 무리했지.
람보르기니처럼 달렸지만, 그 속도만큼 위태로웠단다.
불안했고, 늘 지쳐 있었어.

무모하게 달렸단다. 속도는 있었지만, 방향은 잃고 말았지.

그렇게 살아보니, 속도가 전부는 아니더구나.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끝까지 버텨내는 게 진짜 강한 거더라.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바람 불어도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걸어가는 게 더 값진 삶이었단다.

딸아,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겠지.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을 거야.
하지만 아빠는 안다.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너의 시간에 너를 붙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것도,

그 불안함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텼다는 것도.

지금이 아닐 뿐, 기회는 또 올 거야.
인생은 단 한 번의 타이밍으로 결정되지 않거든.
너에게 맞는 시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상심하지 말고,
다음 시간을 준비해보자.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를 이어가는 거야.
조금 멈추었다가 다시 걷는 것도,
여전히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거란다.

딸아,

네 속도의 삶을 사랑하렴.
남들이 빠르다고 해서 네가 느린 게 아니야.
남들이 먼저 도착했다고 해서
네가 실패한 것도 아니란다.
너의 리듬, 너의 호흡, 너의 길이 따로 있는 거야.

아빠는 인생의 끝자락에서야 그걸 깨달았단다.
빨리 달리느라 놓친 풍경이 너무 많았어.
조금만 천천히 걸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을 안아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딸아,
너의 속도로 살아가라.
누군가의 박자를 따라가느라
너를 잃지 말거라.
지금처럼 단단하고, 성실하고,
무너지지 않는 네 모습이면 충분하다.

딸아, 아빠는 네 인생을 믿는다.
길이 꼬여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
기회는 언젠가 다시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때 너는 더 단단해져 있을 거다.

오늘도 잘하고 있다, 우리 딸.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네 속도로, 네 걸음으로,
끝까지 가면 된다.


언제나 네 편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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