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by seoul

3부 : 세상과 마주 서며(11~15화)


〈세상과 마주서며_서문〉


세상은 종종 상처로 가르치지만, 그 상처는 우리를 더 깊게 만든다.


관계의 부재 속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마주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장의 시작이다.



《사랑받을 자격》


사랑하는 딸에게.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아빠 마음이 참 먹먹하구나.
회사 게시판에 올라온 그 ‘카툰 한 편’ 속에서
네가 사라졌다는 걸,
아빠도 바로 알 수 있었단다.
퇴사하는 사람을 향한 조롱이자,
남은 사람들끼리의 침묵 속 결별.

딸아,
그런 순간에도 네가 끝까지 예의를 지킨 게

아빠는 너무 자랑스럽다.
누군가는 말 한마디로 타인을 베지만,
너는 침묵으로 품위를 지켰잖니.

사람들은 서열을 나누고, 줄을 세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낸다.
그 서열의 틈에서 가장 먼저 다치는 건
늘 마음이 곧은 사람이란 걸
아빠는 살아오며 많이 봤단다.

딸아,
그렇다고 해서 네가 틀린 게 아니다.
조롱당했다고, 배제당했다고 해서
사랑받을 자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너는 여전히 빛나는 사람이다.
그 빛이 그들의 눈에는 눈부셔서,
때론 불편했을 뿐이야.

아빠도 예전에 그랬단다.
내가 만든 집, 내가 세운 현장에서
하루아침에 내 이름이 지워졌을 때,
나는 그게 세상의 끝인 줄 알았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단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다른 길을 향한 결심의 순간이더라.

딸아,
입천장이 긁히는 하루처럼 아픈 날도 있지.
그럴 땐 그냥 부드러운 빵을 골라 먹듯,
너 자신을 조금 더 부드럽게 다뤄주렴.
세상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에 맞서려 애쓰기보다
잠시 물러서서 쉬어가는 것도 용기란다.

버티는 것도 용기지만,
멈출 줄 아는 건 더 큰 용기야.
싸우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네가 여기까지 살아낸 시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딸아,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인정보다
너 스스로의 평화를 택할 줄 아는 사람.
그건 세상 어떤 회사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가장 고귀한 품격이란다.

이제는 네가 조금 더 부드럽게
너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래, 나는 이 회로에서 어울리지 못한 코드였지”
그렇게 중얼거린 네 마음을 아빠는 안다.
하지만 딸아, 그건 고장이 아니라,
새로운 회로를 만들 준비가 된 신호란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잘 쉬어라.
세상은 냉정해도
너의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남아 있기를.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

이전 10화네 속도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