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에게.
사랑하는 아빠에게.
벌써 25년의 마지막 토요일이야.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아빠?
아빠가 늘 그러셨지.
“크리스마스가 뭐 별거 있냐, 가족이 같이 웃으면 된 거지.”
그 말이 요즘은 자꾸 마음에 남아.
나는 또 반짝이는 트리를 싣고 부산스럽게 달려왔어.
여전히 그런 사람이야, 나.
날짜 하나, 계절 하나에도 마음을 다 써버리는 사람.
아빠가 보셨다면 또 웃으면서
“참 별것도 다 챙긴다” 하셨겠지.
그래도 그 모습이 귀엽다고, 기특하다고
속으로는 흐뭇해하셨을 거라 믿어.
아빠,
나는 이제 내가 만든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아빠가 누워 계셔도,
자고 계셔도,
곁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고 했던 그 말,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숨소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하루가 버텨지던 그 감정 말이야.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빠가 없다는 사실은 아직도 자주 나를 어지럽게 해.
선택해야 할 일들은 많고,
정답처럼 보이는 길은 하나도 없고,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
누가 좀 단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그래도 아빠,
나는 요즘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
정답이 없다는 게
틀렸다는 뜻은 아니라고.
내가 선택한 길이
지금의 나에게는 답일 수 있다고.
아빠가 그랬지.
“해낼 수 있을 거다.”
그 말 하나만으로도
나는 아직 여기까지 왔어.
어렵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너무 버거워서 주저앉고 싶어도
그래도 결국 다시 일어나 걸어왔어.
아빠가 나에게 가장 주고 싶었던 게
‘아빠의 마음’이었다는 말,
이제는 알아.
항상 온전히 전해지지 못해서
자주 어긋났던 그 마음도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
그 마음을 이제는 원망하지 않을게.
용서하려고 애쓸게.
그리고 고맙게 받아볼게.
나를 헤아려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아빠의 서툼도,
그걸 알아채느라 애썼던 내 마음도
이제는 둘 다 놓아주려고 해.
아빠의 편지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빠에게 말을 걸고,
아빠에게 묻고,
아빠의 목소리를 마음속에서 불러내며 살아갈 거야.
아빠가 늘 바라던 것처럼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갈게.
조금 느려도,
조금 흔들려도,
내 선택을 믿고 가볼게.
사랑해, 아빠.
그리고 고마워.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아빠의 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