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타이
“엄마, 왜 김이 없어, 이름에 김이 없어?”
“아니야, 김씨가 세상에서 제일많아.”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나중에 커서 결혼하면 아기 이름을 김타이로 지을 거야.”
김타이.
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정말로? 커서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 이름을 김타이로 지어줄 거야?
아기를 낳아서 예뻐해 주고 싶은 거야? 그런 마음이야?
아이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말을 흐렸다.
“언제 내가 그렇게 얘기했어~”
말은 장난처럼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던져진 생각은 공중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이제 막 해가 바뀌어 2학년이 되어가는 아이의 말치고는 너무 멀리 가 있었다.
장난으로 내뱉었다고 하기엔 결이 얕지 않았고, 가볍다고 넘기기엔 묘하게 단정했다.
그 순간 나는 아이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받은 사랑이 충분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와 다른 성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까.
아이의 말은 미래를 상상하는 문장이었지만, 동시에 현재를 설명하는 고백처럼 들렸다.
‘나는 지금 충분해.’
아니면 반대로 ‘나는 지금 불안정해.’
아이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이의 말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애써왔다.
아이의 세계는 어른보다 단순하다고,
좋다와 싫다, 했다와 안 했다, 그 정도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싶었다.
괜히 해석하다가 어른의 걱정을 덧씌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건 이분법으로 정리되지 않는 말이었다.
좋다도 아니고, 싫다도 아니었고, 흉내도 아니었다.
생각이 생각을 낳는 순간에 가까웠다.
아이의 말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나는 그 말 앞에서 판단하지 않고, 바로잡지 않고, 의미를 고정하지도 못한 채
그저 생각의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와 나, 둘 다 이유를 모른 채 같은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퐁타이 #지나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