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건 잘못이 아니야

사랑하는 딸에게

by seoul

《화가 나는 건 잘못이 아니야》


사랑하는 딸에게.


오늘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네 이야기를 들으니 아빠 마음도 답답하고 화가 난다.

딸, 회사라는 곳에서 사람들은 종종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잘 몰라,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말하면 될 일을
괜히 애매하게 떠넘기고, 그 무게를 네 어깨 위에 얹어버리는 거지. 그리고는 문제는 이미 네가 해결했는데도
끝내는 “필요한 게 없었다”, “지적만 한다”라는 말로
너를 평가하려 드는구나.

그게 얼마나 억울하고 화나는 일인지 아빠는 잘 안다.
네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네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인 것처럼
취급당하는 기분 말이야.

아빠도 참 화가 많았단다.
일하는 곳곳에서 무시받기 일쑤였지.
할 말도 많았지만 끝내 삼켜야만 했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일찍 일을 시작했지.
돈은 벌었지만 인정받기는 어려웠단다.
일이 능숙해질수록 학력은 부족했고,
다음 단계로 성장할 기회는 늘 막혀 있었어.

그래도 아빠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 하나로도 감사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마음속엔 늘 화가 많았다.
만족할 수 없는 현실, 버티는 나날들…
그 화가 고스란히 너에게도 비쳤을 거라 생각한다.

딸,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거다.
그 순간에 네 마음이 끓어오르는 건
네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부당함을 정확히 알아챌 줄 알기 때문이야.
그러니 네가 화가 나는 건 절대 잘못이 아니다.

사회는 어쩌면 수많은 부당함을 견뎌내야 하는 곳일지 모른다.
미움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부당함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며 살아내야 하는 곳일 수도 있다.

딸아, 그때마다 굳이 맞서 싸우지 않아도 괜찮다.
책상머리에서 억지로 웃으며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로 마무리한 네 마음을 아빠는 안다.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해 스스로 삼킨 말들,
“화내지 말자, 화내지 않아도 돼”라며 달랜 마음까지도 아빠는 다 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화라는 것은 너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도 있다.
화났던 네 마음을 부정하지 마라.
그 화는 네가 옳은 자리를 찾고 있다는 증거다.

아빠도 그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화를 내려놓는 데에도 평생이 걸렸단다.

그리고 스스로 다스리지 못했던 아빠역시 우리 가족에게 먼저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 막내딸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공주, 아빠는 네 편이고
네가 어떤 마음을 품든 다 이해한다.
오늘도 잘 버텼다.

언제나 네 곁에 있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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