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아줄게

아빠의 친구, 그리고 너

by seoul

《다시 안아줄게》


사랑하는 딸에게.


네 안에 있는 어린 너를 내가 꼭 안아줄게

기억나니?

아빠는 종종

자고 있는 너를

방으로 안아서 데려다주었지?

그때가 기억난다.

작았던 막내가

듬직한 어른이 되었지.


아빠를 위로해 주던 건 늘 네 미소였다.
아빠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던 그 미소,

어린 너의 얼굴에서 보았던 그 웃음을 지금도 네게서 발견하곤 한다.
그 미소 덕분에 아빠는 지친 하루에도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단다.


딸아,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았을 네 얼굴을 보면,

아빠는 그저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사실 아빠도 그랬단다.
네 나이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 아빠를 안아주던 친구가 있었지.
부모 이상으로 의지가 되던 사람이었어.
그러다 그 친구가 소식도 없이 사라져 버렸단다.

뒤늦게, 산속에서 백골이 되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빠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부모를 잃는 슬픔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양배추 사업에 투자하라던 호기로운 친구였단다.

아빠는 호기로운 친구를 기꺼이 믿었었지. 못 믿을 건 하나도 없었단다.

그 친구의 마지막 선택. 믿을 수 없었지.
그래도 아빠를 붙들어 주었던 건, 그때 우리 딸이었단다.
너를 보며 아빠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어. 늘 고마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게를 짊어지는 일이지만,

그 무게를 내려놓게 해 주는 건 결국 친구였다는 걸 아빠는 알게 됐다.
딸아, 아빠가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다.
너도 무게를 내려놓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렴.
너를 안아주고, 너를 웃게 해 줄 사람을 가까이 두렴.

다 큰 너를 이제 두 팔로는 다 안을 수 없지만,

아빠 눈에는 여전히 기다리다 잠든 귀여운 막내딸이 보이는구나.
작고 따뜻했던 네 체온을 아빠는 아직도 기억한다.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딸.
세상 모든 상황이 네 뜻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단단하게, 굳건하게 네 신념을 지키렴.
몸 가짐을 단정히 하고, 네 모습을 스스로 아끼는 것이 곧 너를 지탱하는 힘이 될 거다.

그리고 너도 누군가의 무게를 덜어주는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너를 아빠는 안아주고 싶다.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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