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에게 쓰는 편지
안녕하세요 작가님.
늦었다고 하면 늦은 나이에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제게 소중한 사람이 작가님의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두 번의 호흡으로 다 읽었습니다(개인적으로 이건 굉장히 빠르게 읽은 편입니다). 그리고 제 손으로 직접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구매하여 흡인력 높은 글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어느새 작가가 되고 싶은 꿈까지 갖게 된 저는, 제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정말로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게 맞는 걸까?’ 스스로 많이 질문해 봤습니다. 30살 인생에서 한 번도 그럴듯한 커리어를 이루지 못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작가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이니까라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연휴를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오늘 깨닫게 됐습니다. 작가가 진짜로 되고 싶은 건 어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지금 하는 일을 40대 50대까지 할 수 있을지 제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점이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책을 조금 읽고는 또 글을 썼습니다.
지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방식은 작가의 생활패턴과 비교적 비슷합니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아 직장 동료와 스트레스도 거의 없습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사서 걱정하는 성격을 가진 저는 업무의 수반되는 모든 책임이 오롯이 제 몫이라는 게 큰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갸우뚱하시겠지요. ’작가라는 직업이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따금 한숨을 푹 내쉬거나 힘든점을 토로할 때면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해냄으로서 그 보상을 받는 것이 일의 본질이야“ 이 말이 옳은 말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맑은 공기와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겨울 지나 봄이 오고, 여름 끝에 또다시 가을이 찾아올 쯤이면 제 바람은 이루어질까요?
일을 정말로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작가가 편해 보인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어딘가 자유로워 보이긴 해도). 그리고 창작의 고통은 때론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을 알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또 ‘그때가 좋았지’라며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그리워하는 날이 올 것이다. 틀림없이. 그럼에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야근으로 지쳐 녹초가 되고도 글을 쓰고 있다. 꿈을 가진 채. 작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