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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Oct 17. 2023

Chapter.11

월요일

 일요일 저녁이 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리고 월. 요. 일. 이라는 세 글자를 떠올릴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해진다. 산적한 업무에 먼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내일 맞을 매를 오늘 미리 맞듯이. 막상 월요일이 되면 조금은 부풀려서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매주 일요일은 변함없이 같은 감정이 덮쳐온다. ‘큰일 났다. 내일 어떡하지?’


 그렇게 월요일이 왔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며 몸을 간신히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현실로 걸어온다. 화장실에 가서 가볍게 입을 헹구고 뛸 채비를 한다. 이번 주부터 4km를 뛰기로 마음먹었다.

 오늘도 중랑천을 뛰었다. 막상 뛰고 나니 적당히 흐르는 땀에, 상쾌한 가을 날씨에, 기분이 나아진 듯하다. 그래, 오늘은 좀 괜찮으려나 보다.


 아침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업무 관련 카톡을 확인한다. 오늘도 괜찮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출근하는 길,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만 일하기 싫은 게 아닐 텐데… 나만 힘든 게 아닐 텐데….‘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생각도 위로는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만큼 끔찍하지 않구나하고. 그럭저럭 나아진 기분이 들어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했다. 홀린듯 한권을 집어들었다.


(솔직히 출근 생각하면 잠이 안 오는 당신에게)


 나를 위해 쓰인 제목 같아 쓱 훑어보고 빌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책을 구매했는데, 어쩐지 부정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눈에 잘 띈다. 다른 사람들은 좋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궁금하기에.


 많은 책의 필자들은 묵묵히 현실을 살아간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고, 옷장 속 판타지 같은 세계를 마주하지도 못하며, 인생을 뒤흔드는 반전 따위 마주하지 못해도. 역시 우리네 현실은 지독하게 힘들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또 괜찮아지길 반복한다. 변덕스러움 속에 오직 시간만이 성실하게 흘러 우리를 맞이한다. 월요일이 됐다.


 해결책은 결국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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