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2
2023.10.02 월요일
어제까지는 추석이었고, 내일은 개천절, 그 사이에 낀 평범한 월요일이었다. 그런데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휴일이 됐다. 길어진 연휴에 날씨도 기분이 좋은지, 공기가 상쾌하다. 플로깅 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눈뜨고 세수하고 오로나민C 한 병을 챙겨 먹고는 준비물을 생각해 본다. 장갑, 종량제봉투(어제 구입), 집게(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 끝. 장갑은 예전에 쓰던 면장갑을 찾았다. 딱히 준비할 게 없는 가벼운 활동이다.
어제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를 살 때, 10리터와 20리터 중에 고민했다.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으면 쉬이 포기해버리는 내 특성을 고려해 10리터로 결정했다. 10리터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지만. 뭐 괜찮겠지, 어제 슬쩍 스캔 해둔 쓰레기양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출발.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보다 더 많은 양의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쓰레기봉투를 챙겨 본격적으로 주워올 작정을 하니 쓰레기양이 어제보다 많아 보인다.
'잘하면 부족하겠는데?'
중랑천으로 내려가는 길부터 꽁초를 줍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담배를 팔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린다. 각양각색으로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하나를 주우면 두개가 더 보이는 끝없는 행진이다. 게 중에는 가래침과 뒤섞여 있거나, 음료와 함께 역겨운 모양새로 버려진 꽁초들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담배를 피웠지만, 흡연자 중에는 기본적인 매너가 부족한 사람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스로 꽁초 지옥을 벗어났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페트병, 물티슈, 과자 껍데기, 케이블 타이 등등 출처를 알기 힘든 쓰레기들이 천지에 널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새로이 만난 복병. 그 정체는 작은 크기의 검정색 비닐봉지. 비위를 위해서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게 무엇인지 모두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개똥’. 그런 개똥 봉지도 다섯 꾸러미 정도 주웠다. 묵직한 개똥들을 주워 담으면서 과연 누가 개였을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몇 백 미터를 가고 나니 쓰레기 존(ZONE)과 조우했다. 벤치가 있고 하천이 잘 보이는 휴식 구간.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쓰레기가 있다. 여러 쓰레기를 한데 모아 투척한 봉지, 오래된 쓰레기,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음식물 쓰레기들까지 버려져 있었다. 절반 이상을 넘어가던 쓰레기봉투는 결국 그곳에서 가득 찼다. 믿을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 손은 흙으로, 티셔츠는 먼지로,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어쩐지 상쾌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좀 불쾌하다. 하천에 일부분에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플로깅, 한번으로 끝낼 수는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