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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Oct 20. 2023

Chapter.12

희미한 행복

 처음 글을 쓸 때 행복 앞에 ‘확실한 ‘이라는 단어를 썼었다. 그만큼 나는 행복이란 어떤 형태로서 존재하는 것, 그 존재는 완전하며 완벽한 것이고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깨닫게 된 건 행복은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구나라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행복해)라는 말을 듣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떠나기 직전까지 여행을 학수고대하며 생각했다. 드디어 나도 행복에 가까워졌구나 하고. 그런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귀찮은 마음이 생겼다.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여정에서는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불쾌한 순간도 맞닥뜨렸다. 여행 그 자체는 완전한 행복이 아니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행복을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꽤 꾸준하게 운동을 해왔지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동하지 않았다. 그저 퇴근하고 나서나 여가 시간이 생길 때면 운동했다. 이번엔 다르다. 행복을 위해 운동 시간을 정했다.

 출근 전 매일 같은 시간에 1회, 퇴근 후 같은 시간에 1회. 하루 2회를 규칙적으로 했다. 강가를 달리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좋았지만 거기에도 변수는 있다. 날씨가 안 좋으면 뛸 수가 없다는 것. 한두 번 쉬면 나가는 행위 자체가 귀찮아진다. 나태해지는 내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운동도 마냥 행복하지 않다.


 세 번째로, (주변 환경을 보존하는 활동으로 행복을 이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플로깅을 시작했다.

 1회 차에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버려진 것에 상당히 놀랐지만, 중랑천 정화 활동에 이바지했다는 점이 행복했다.

 2회 차, 아침 일찍 쓰레기를 주우러 나갔는데 이게 웬걸, 집 앞에서 200미터를 채 못 갔는데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다. 아직 못 주운 담배꽁초가 몇백 개는 돼 보이는데, 옆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니 분노에 휩싸인다.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네.


 여전히 나는 아침에 눈뜨기 싫고, 출근 직전이 되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업무 관련 카톡이나 전화가 오는 순간에는 부아가 확 치밀어 오른다. 이 글을 끝맺으려는 순간까지 내 마음은 불행하다 외치고 있지만, 나는 또 행복의 파편을 찾아 나서려 한다.

 무지개를 쫓는 소년처럼 희미한 허상을 좇다 좌절하고, 또다시 출발점에 서게 된다 하더라도. 어쩌면 나는 평생 행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 여정 속 희미한 기억의 사건들이 행복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젠가 행복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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