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이성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일은 무척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잘못 입으면 마치 ‘이성에게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저런 티셔츠를 입었군’이라는 동성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튀는 색의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해외에서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을 딱 찾아내고 쑥덕대듯이, 튀는 색의 줄무늬를 입으면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어머, 저 사람 봐.“
라는 것은 좀 과장이지만, 역시 줄무늬 티셔츠를 잘 입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만약 꼭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싶다면, 남색과 흰색의 무난한 색을 추천한다. 검은색과 흰색도 무난하지만 왠지 만화에서 나오는 죄수복 같은 느낌을 들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남색과 흰색은 다르다. 청량감과 귀여움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렇다고 남색과 흰색이 아닌 다른 색이 섞여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얼마 전, 전시를 보러 간 날이었다. 전시 행렬을 따라서 차례로 구경하던 중, 한 남자가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 남자는 남색과 핑크색이 섞인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강렬한 핑크색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전시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전시를 관람하러 갈 때는 핑크색이 섞인 줄무늬는 지양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 남색과 핑크색이 섞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나고, 일련의 경고를 한 사람이 같이 간 일행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부디 나처럼 핑크색이 섞인 줄무늬 티셔츠를 입는 우를 범하지 말고, 남색과 흰색의 줄무늬 티셔츠를 입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