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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회고록 2

에세이

by 미즈와리

올해의 달리기 목표를 세웠다. 일단 10킬로미터, 평균 페이스 4분 05초로 골인할 것. 현재 개인 최고 기록은 4분 30초다. 매 킬로미터마다 25초씩을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로 써둔 걸 보면 뭐 썩 어렵지 않겠군,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두 발을 이용해 실제로 뛰어보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3킬로까지야 속도를 올려도 거뜬한 느낌이지만, 절반을 지난 이후에 고비가 한 번쯤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프, 평균 페이스 4분 40초로 골인할 것. 기존 하프 최고 기록은 4분 59초다. 그것도 마지막쯤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18킬로미터를 여러 번 뛰어봤기 때문에, 하프도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5킬로미터를 뛰고 3킬로를 더 뛰는 것과, 18킬로미터를 뛰고 3킬로를 더 뛰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시 4월의 기록으로 돌아온다. 나는 4월에 총 182킬로미터를 달렸다. 직전 달과 비교해서 40킬로미터 정도를 더 뛰었다. 이달의 첫 번째 달리기는 9킬로미터, 평균 페이스 5분 27초. 3월 말일쯤부터 무너졌던 페이스가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날의 짤막한 소감에 ‘정말정말정말, 뛰기 싫은 날’ 이라고 적혀있다. 운동하기 싫은 날, 있지 않은가? 그런 마음이 정확한 수치로 나타났다.


마지막 날의 기록이 눈에 띄었다. ‘학생이 전속력을 내며 번번이 나를 가로막기에,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좀 냈다’라고 적혀있다. 가끔씩 몇몇 학생들이 깐족거리며 괜히 옆을 따라 뛰기도 하고, 전속력을 내어 추월하고는 앞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무시하고 내 페이스에 맞춰서 뛰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 속도를 확 올려 따돌리기도 한다. 전속력으로 뛴 학생은 얼마동안은 나를 훨씬 앞서 가지만, 곧 지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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