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울 May 01. 2023

3. 예뻐지겠지, 그치만 안 할래

내가 수술을 안 받기로 한 이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 창세기 2장 20절


소이증 귀를 정상적인 귀로 재건하는 수술은 아주 까다롭고 힘든 수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 명의가 두분 계신다. 사실상 힌국의 모든 소이증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이 두분의 이름을 알 것이다.

이 두분의 수술방식은 서로 약간은 다르긴하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하다. 그러니 이 분들의 수술방식을 기준으로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나야 전문가도 아니고, 병원에서 설명들은걸 대충 내 방식으로 옮기는 것이니만큼,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 있음을 밝힌다)




전체 수술은 약 1년~1년 반에 걸쳐 총 2차 또는 3차 수술로 진행된다.


1차 수술에서는 나를 전신마취시킨 후에 내 가슴팍을 갈라서 연골뼈를 찾아 뜯어낸다. 그리고 세상 모르고 잠든 나를 옆에두고, 의사는 방금 뽑은 그 연골뼈를 칼로 조각해서 귀의 틀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귀 틀을, 귀를 심을 부분(즉 머리통 옆부분)의 살을 스윽 찢어서 그 안에 넣어둔다. 즉 살 속에 귀 틀을 파묻어둔 셈이다. 그렇게 한 6개월인가 묻어두면 귀 틀에 살이 생착된다.

출처 : 비아이오성형외과


2차 수술에서 전마취를 한다. 여기선 머리통에 착 붙어있던 귀를 들어내 세우는 작업을 한다. 그 귀 틀을 묻어둔 자리를 회 뜨듯이 비스듬하게 사악 째고 귀를 쓰윽 들어낸다. 들어낼 때는 가슴에서 또 작은 뼈를 꺼내어와서는 지지대처럼 받친다. 그 후 의사의 메스는 내 가랑이(또는 엉덩이)를 향한다. 사타구니(또는 엉덩이)의 얇고 말랑말랑한 살을 메스로 뜯어내서, 그 살을 귀 뒤편이 될 곳에 붙인다. 그리고 다시 몇달을 둔다.

출처 : 비아이오성형외과


3차 수술에서는 부분마취를 한다. 2차 수술에서 얼추 귀 모양이 된 것을 좀 더 자연스럽게 가다듬는다. 미용실에서 해주는 커트에 비유하자면, 잘린 머리를 감기고 말린 후에 몇번 더 손질하는 마지막 가위질 같은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가슴뼈를 뜯어 귀뼈를 만들고, 가랑이 살을 뜯어 귀살을 만들어서, 그걸 얼굴 옆에 붙인다.'





우리 인류는 최초의 개체로부터 갈비뼈를 통째로 뜯어 두번째의 개체를 만든, 복장터지는 내력을 가진 종족이다(*참고 : '복장'은 가슴 한복판을 의미한다)


그 최초의 개체의 이름은 아담이라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아담은 그 살벌한 수술을 받을 때 전신마취도, 부분마취도 하지 않았다. 오직 '잠 들었을 뿐'이었다.


어깨의 쇠 독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며 바둑을 둔 관우, 바위산에 묶여 매일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먹히는 프로메테우스에 비해, 아담은 그 초인적이고 영웅적인 면모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는 부족한 인간은, 아담의 영웅적 면모를 이어받지 못한 모양이다. 갈비뼈보다 훨씬 작은 가슴 연골을 뜯어, 사람 한 명도 아니고 고작 조그만 귀 하나 만드는 수술을, 나는 결국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싸다

딱 수술에 드는 비용으로만 2,000만원 든다. 그 기간동안에 일을 하지 못해서 드는 수익감소, 운동이나 기타 적극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는 문제, 온갖 절차를 거치거나 수술부위 관리에 드는 시간 등, 간접적인 비용들까지 합치면 더 될 것이다. 


사실 2,000만원이란게 평생의 콤플렉스를 떼어내는데 들이는 비용 치고는 아주 뜨악한 금액도 아니다. 현재 소득수준도 꽤 괜찮은 편이라, 몇달치 월급이라 생각하면 되게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효용 대비해서는 여전히 비싸기도 하다. 내가 귀 때문에 여자를 못 만나길 했나, 취업을 못하길 했나. 30년간 나는 이 귀로도 세상의 소리를 얼추 담아내왔다.

 

2. 아프다

아담을 볼 낯이 없지만 나는 솔직히 수술이 지게 무섭다. 나는 살면서 어떠한 수술도 받아본 적이 없다. 유일한 수술 비슷한 거라면, 어려서 눈두덩이에 다래끼를 병원에서 짼 것이 전부다.


여기서 잠시 간단히 그 다래끼 수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쯤이었는데, 엄마가 다래끼 째러 병원에 가라길래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의사가 덤덤하고 사무적으로 바로 수술하자고 하더라만, 간호사가 버둥거리는 내 팔다리를 붙잡더니 의사는 내 눈꺼풀을 뒤집어 까고서는 메스로 찢어서 고름을 짜냈던 것이다. 나는 평생 무신론자이지만, 인생에 딱 두번 종교적 체험을 해본적이 있다. 첫째는 스무살 혼자 떠난 배낭여행 중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섰을때, 그 웅장함과 경이로움에 압도되어 신의 존재를 느낀 것이었다. 둘째는 바로 다래끼 수술이었다. 그때 나는 기독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경험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그런 나로서는 수술의 두려움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수술도 받아본 놈이 잘 받는 법. 평생 수술이라곤 5분짜리 다래끼 수술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종교적 체험을 했네 어쨌네 주접을 떠는 나다. 그런 내가 다시 깨어날지 어쩔지도 모르는 전신마취를 받고, 가슴팍을 째서 뼈를 뜯고, 사타구니의 생살을 찢어내는 수술이 쉬워보일리가 없다.


게다가 말이 1년~1년 6개월이지, 수술 결과가 안정적으로 내 몸에 적응할 때까지는 더 걸릴 일이다. 게다가 그 ''이란건 어쩌면 평생걸리는 과정일수도 있다. 수술 후에는 가끔씩 뼈를 뜯어낸 가슴팍에 통증이 올 수 있다고 하고, 수술한 귀가 부러질 수도 있다고 한다. 수술한 귀쪽으로 옆으로 누워서 잠을 자서도 안 된다. 공이나 팔꿈치에 맞을까봐 농구를 하기도 조심스럽고, 예컨대 술먹고 시비가 붙더라도 오른손은 오른쪽 귀를 보호한 채로 왼주먹으로만 싸워야한다. 나는 싸움을 더럽게도 못하는데데가 그나마도 오른손 잡이란 말이다.


3. 이게 나다

나는 3번째 이유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내 귀를 있는 그대로 세상에 두고싶다.

그래서 이 귀를 문제, 오류, 기형으로 여기며 해결, 교정, 수리하려는 시선과 싸우고 싶다.


대체 어떤 나쁜 놈들이 그런 시선을 보냈나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줄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건들거리는 말투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내 귀는 물론 나의 콤플렉스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컴플렉스와 싸우고자 이 귀를 있는 그대로 두고자 결심했다.

컴플렉스에 대해서, 다음 장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너는 귀가 '왜' 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