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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워크숍에 앞서....(마카오)

주간 36시간 근로나 필요할까......?

(1) 마카오 워크숍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모든 조직원과 함께 마카오 워크숍을 오게 되었습니다. 장소로 마카오를 설정한 이유는, 그냥 적절한 가격에 조직원이 원해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표인 저는 딱히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룸에서 휴식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정도 딱히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그냥 담당자 한 분 지정해 두고, 매일 시간 될 때 모여서 식사하고 같이 움직이는 것 정도로 기획한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저희 정도 사이즈(10~20명)의 조직에서 워크숍 비용으로 몇천을 태운다는 것은 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의 저희 팀에게는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조직의 성장과 인적자원 보상 전략

모든 작은 조직들은 성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생리는 성장 혹은 소멸 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해요.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조직원들을 조직에 지속적으로 수급하는 건 필수적입니다. 물론, 조직원 보상액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하면 더 좋은 조직원들로 구성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제한된 리소스의 분배 차원에서 조직원들 보상에 끝없이 돈을 쓸 수는 없습니다. (돈이 무한대로 있는 조직은 없겠죠?)

이에 조직은 소위 비전이나 목표 같은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조직에 헌신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는 합니다. 당연히,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무언가를 일부 양보하는 것은 타당한 의사결정이겠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스타트업은 이를 착취의 정당화로 쓰이곤 해서 좋게 보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조직의 비전이나 목표로 조직원들의 헌신을 이끄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들이 아래 두 가지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활용하고 싶습니다.

첫째, 보상 관련하여 업계 평균 수준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의 보상이 정당화되는 수단으로는 활용하지 말자.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에 공감하여, 현재의 급여를 조금은 디스카운트할 수는 있지만,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는 줄이지 말자. (가능하면 평균 이상))
둘째, 급여도 어느 정도 맞춰주고, 개인의 비전과 목표 세팅이 조직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착취 수준의 근로는 시키지 말자.



(3) 최근 단축 근로 관련한 현안과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

최근 조기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양당은 모두 단축 근로에 대한 이견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한쪽당(정치적 의견을 좁히기 위해서 당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급여는 유지한 채로 근로 시간 감축(주간 36시간)을 통한 4.5일제 운영, 나머지 한쪽 당은 근로 시간을 유지한 채로 4.5일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돈은 그대로 주는데 일할 시간은 줄여라.'는 말이 '과자 봉지 크기는 그대로인데 내용물은 줄여라.'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죠.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들께는 사과드려요) 쉽게 말해 마사지 20분에 5만 원이던 게 18분에 5만 원이 되면 다른 데 알아보게 되잖아요?

물론 이건 표면적인 생각이고, 우리 업종 특성상 오히려 좋은 점이 많아요. 우리만 쉬는 게 아니라 고객도 같이 쉬니까요. 20년 전 주 5.5일제 시절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에요. 개인적으로 일하기 싫어하는 성향 탓인지, 더 생각할수록 좋아요. 저도 일하기 싫은데 직원들도 조금만 일해도 된다니 더 좋고요.

이쯤 되면 '아니 주 36시간이면 너무 많지 않나? 더 줄이면 안 될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애초에 자율 출퇴근제도를 운영하는 현재 우리 조직에는 충분히 가능한 형태라는 생각도 듭니다.)


(4) 근로 시간 36시간, 그 너머

급여도 평균 수준으로 맞춰주고 싶고, 근로 시간도 최저한으로 맞춰주면서, 제가 조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조직원들에게 바라는 핵심 키워드는 "몰입"과 "책임" 입니다. 저는 조직원들이 업무 시간 외에도 조직의 목표에 몰입해 있으며, 조직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처럼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이는 절대 저의 개인적인 이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저희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을 끌어낼 수 있으며, 개인의 성장에도 필수적인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클 텐데요. 평균 출근 시간 12시 15분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저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몇십억을 남긴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일에 대한 높은 몰입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닥쳐오는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는 성장이 있었다고 믿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은 고객과 과업에 대한 높은 책임 의식 때문이라고 보고요.



(5) 우리 팀의 성장 DNA는?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어야 집중이 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퇴근 후에는 완전히 업무에서 떠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조직 내에서도, "가능하면" 휴가자들에게 업무 연락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긴 합니다.)

단, 이것이 저희 조직에서 이야기하는 "성장 DNA"는 아닐 것 같습니다. 당연히 조직에 몰입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조직에서 도태되고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당연히 조직은 채용 절차 강화를 통해 애초에 이런 분들을 선발하면 안되겠지요)모든 조직이 저희와 같은 성장 DNA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저희 조직은 (1) 적절한 레거시를 구축해야하며, (2) 5년 내, 7년 내 엑싯과 같은 가시적 목표를 설정하기 제한적이기 때문에, (1) 조직원들의 번아웃을 경계해 가며, (2) 조직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3) 조직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그래야지 레거시 구축이 되니깐) 하기 위해서 몰입과 책임이라는 테마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6) 조직원들의 몰입을 도와주는 도구

조직원들이 조직에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물론 회사니깐 더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 증대가 최고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겠죠. 다만, 일개 회사가 시장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끔은 외적인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희 조직은 해외 워크숍이라는 도구를 이번에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초기부터 함께해온 멤버들에게는 아무래도 특별한 메시지로 전달될 것 같다는 기대가 가득합니다.


이 조직을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 멤버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 또한 일종의 정거장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조직에 더 큰 기대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조직과 함께해온 여러분들의 꿈과 목표가 깨지지 않도록, 이 몰입감을 잘 유지한 채로 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본 글의 세줄 요약

(1) 회사를 경영하면서, 급여도 많이 주고, 일은 조금 시키고 싶다. 단, 조직에 대한 몰입감과 일에 대한 책임감은 요구하고 싶다. 이게 우리 조직의 성장 DNA다.
(2) 이게 안 맞는 사람도 정상. 이걸 요구하는 사람도 정상. 그러니 맞는 사람으로 조직원 구성이 필수적임.
(3) 성장 DNA를 체감하게 하기 위해 보상 증대가 가장 좋겠지만, 가끔은 해외 워크숍과 같은 특별한 도구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함.


* 근로 시간 감축과 관련되어, 대한민국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근로 시간 감축이 국가적으로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하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양가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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