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회사 규모는? (던바의 수)
새로운 채용 절차로 진행되었던 상반기 채용
2025년 5월, 저희 회사 상반기 공채 시즌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채용에서 저희는 처음으로 직군별 채용 시스템을 갖추고 채용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전용 리크루팅 페이지를 개설하고, 과제 형식의 테스트를 도입했으며, 실무자-임원 면접 절차도 새로 마련하는 등 조직에 적합한 인력 선발을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고도화했습니다. 이는 조직이 점점 성장하면서, 이제는 지원자들에게 우리의 방식과 구조, 문화를 사전에 노출된 내용을 기반으로 지원자 스크리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면접에 들어간 모든 면접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이번 채용에서는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어디로 가는 조직인지, 왜 함께해야 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채용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조직 그 자체의 정체성 정리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채용 시스템 : "아직 살아 있었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 조직은 채용에 있어 정교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실무 인력이 부족하면 채용 공고를 내고, 그중 눈에 띄는 이력의 지원자와 면접을 진행하여 충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른바 “일단 뽑고, 안 맞으면 나중에 선별하자”는 식의 운영이 반복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조직에서는 일정 수준의 임기응변은 불가피하니까요. 그 당시 저희 조직에게는 조직의 자원 배치를 고려했을 때 최적의 운영 방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필요 인력에 1.5배수 정도를 선발하고, 조직과 합을 맞추는 기간을 통해 선별해왔으며, 그중에는 지금 저희 조직의 중추로 성장해준 인력들도 있습니다. 이때의 채용 성공은 체계적 운영의 결과라기보다는 순도 높은 행운에 가까웠지만, 이는 단순히 운에 기대서 성공을 바라는 방식이 아닌, 당시 조직의 현황에서 최적의 자원 운영이었다는 것이죠.
(계획 짜고 카드 수집하는 것보다, 가챠 돌리는 게 더 효율적인 시기였다는 이야기.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시스템보다 모수의 극대화가 효과적인 포인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성장 국면과 달라지는 인재상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 조직은 채용에 있어 정교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실무 인력이 부족하면 채용 공고를 내고, 그중 눈에 띄는 이력의 지원자와 면접을 진행하여 충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른바 “일단 뽑고, 안 맞으면 나중에 선별하자”는 식의 운영이 반복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조직에서는 일정 수준의 임기응변은 불가피하니까요. 그 당시 저희 조직에게는 조직의 자원 배치를 고려했을 때 최적의 운영 방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필요 인력에 1.5배수 정도를 선발하고, 조직과 합을 맞추는 기간을 통해 선별해왔으며, 그중에는 지금 저희 조직의 중추로 성장해준 인력들도 있습니다. 이때의 채용 성공은 체계적 운영의 결과라기보다는 순도 높은 행운에 가까웠지만, 이는 단순히 운에 기대서 성공을 바라는 방식이 아닌, 당시 조직의 현황에서 최적의 자원 운영이었다는 것이죠. 계획 짜고 카드 수집하는 것보다, 가챠 돌리는 게 더 효율적인 시기였다는 이야기.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시스템보다 모수의 극대화가 효과적인 포인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선발한 인재도 때로는 조직의 성장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사람이 조직과 함께 성장하면서, 성장된 조직에서 역할을 찾을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성 조직의 경우에는 성장 곡선이 완만하며 변화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 연차가 쌓임에 따라 할 수 있는 종류의 일도 늘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도로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성장 속도가 조직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조직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기존 상급 관리자를 중간관리자로 내리던가, 어쩔 수 없을 때에는 원만하게 사직을 권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스타트업의 CTO의 경우에는 개인의 기술적 역량이 플랫폼 구축 초기에는 모든 부분을 관장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서비스 고도화가 이루어질수록 역량이 서비스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CTO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러 떠나고, 기술 범위 규모에 맞는 새로운 CTO가 자리하는 게 일반적이죠.
기술직이 아니라 관리직의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조직이 10명 규모일 때 필요한 관리자와 조직이 1,000명 규모일 때 필요한 관리자는 기대되는 능력치가 천차만별입니다. 조직이 어린 시절에는 인적 자원에 대한 소통이 관리의 핵심이라면, 조직이 1,000명일 때에는 시스템의 관리와 하부 중간관리자에 대한 관리 역량이 핵심 기대 역량이겠죠. 단, 조직이 1,000명일 때 기능적으로 우수한 관리자라도, 10명 조직의 훌륭한 관리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단지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 역량은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이 보유한 캐릭터(혹은 강점)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시스템에도 능하고(대규모 조직관리), 소통(소규모 조직관리)에도 능한 관리자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은 둘 중 하나에 더 큰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직은 더 적절한 구성원뿐만 아니라, 더 적절한 대표 또한 필요로 한다?!
이는 직원뿐만 아니라,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1명에서 100명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리더십 역량과, 100명에서 1,000명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리더십 역량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초기 단계부터 상장 이후까지 모든 시퀀스에서 최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는 수백만 명 중 한 명일 정도로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투명함과 진솔함은 조직의 극초기에 분명한 장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설득하며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진솔함은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구성원이 늘어나자, 과거에는 모든 사람들이 저의 맥락과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 채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리더의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는 환경이 생겼고, 그 결과 오해와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새로운 조직원들과 관계가 적절히 구축되기 전의 단계에서 저의 진솔한 메시지는 쉽사리 왜곡되었습니다. 저의 장점이 조직의 성장과 함께 단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조직원들이라면 이런상황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켜서 조직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었을 것 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성장 국면에 스스로 맞지 않는다면, 조직에서 원하지 않는 조직원이 되던가 떠나는 상황에 봉착 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본인이 대표거나, 혹은 대표에 준하는 핵심인력이라면 조직의 성장 속도 자체를 조절하는 도구를 활용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나는 초기단계(예를들어 5~20명)에 강점이 있는 종류의 리더라면, 조직의 성장을 가능한 억누른 상태로 내재 역량을 최대한으로 갖춘 다음에 다음 국면(예를들어 20~100명)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활용 할 수 있다는거죠. 혹은, 조직의 성장을 역행하는 의사결정(예를들어 구조조정)도 도구적으로 활용 할 수 있구요.
어차피 조직원들을 바꾸는것보다 대표를 바꾸는건 훨씬 어려운 의사결정일뿐만 아니라, 대표보다 조직과 사업에 영향을 더 많이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사업의 대부분의 국면에 있어, 조직은 대표를 가장 잘 활용 할 수 있는 세팅 상태에 넣어두는게 필수적입니다.
던바의 수(던바의 법칙)
던바의 법칙이란 인간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를 말합니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가 1993년에 발표한 연구로서,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최대의 숫자가 150~200명 정도라는 이론이에요. 던바의 법칙은 3배수 법칙으로도 불리는데요.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은 5명, 그다음 절친 15명, 좋은 친구 35명, 친구 150명, 아는 사람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500명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아산프론티어 아카데미에서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님을 만났는데요. 방 대표님께선 던바의 법칙을 언급하시면서, 다음세대재단 대표에 임명되시면서 향후 조직 규모를 15명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천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대표님께서 스스로 생각하는 최적의 조직 인원이 15명 수준이라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방 대표님이 가장 자신 있는 조직 관리 규모가 15명 내외이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하며 강의를 들었습니다.
채용 = 출산
저는 이번 채용을 출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각 팀 팀장들은 어머니의 역할이고, 저는 와이프를 3~4명 둔 남편의 역할을 체험해봤던 것 같아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태교하고,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하는 과정은 출산의 진통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이후에 육아라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이처럼 누군가를 조직에 받아들인다는 건,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함께 짊어진다는 뜻입니다.
신중하게 채용한 만큼, 조직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의 저희 조직은 턴오버 비율(퇴사율)이 높은 조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안 좋은 회사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혹은 조직의 성장에 개인이 따라오지 못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위에 설명드렸던 것처럼, 조직의 초창기에는 필요했던 인력이 조직의 성장에 따라 활용 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단, 저는 이들이 조직을 졸업해서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만약 회사가 나빠서 조직원들이 떠났던 것이라면, 조직이 지금처럼 단단하게 성장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조직의 성장에 따라서, 조직의 메타가 변경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에는 조직의 턴오버가 높을지라도, 좋은 조직원을 선발하고 조직을 꾸려나가는 게 조직의 자원 배치에 있어 효율적인 시점이 이제는 끝나고, 시스템을 갖춰서 진행한 채용을 통해 조직원들을 잘 끌고 가는 게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국면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먼저 있어주신 분들의 레거시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 기대감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