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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Mar 01. 2020

나만의 필살기 키우기

[N잡러의 잡다이어리]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하길 잘했다!

종종 왜 영문학을 전공했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이 예술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도 학생들이 유독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탓에 서적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욱 컸다. 세상의 최신 정보들은 강대국의 언어인 영어를 위주로 쓰여졌고, 번역된 자료가 국내에서 출간될 때쯤에는 이미 한 발 늦은 정보인 셈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 트렌드를 읽으면서 앞서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영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영문학과에 진학해보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많았고, 영미문학을 위주로 배우다보니 실생활에서 쓰이는 영어를 익히기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점점 떨어질 때쯤, 영어와는 별개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언어를 공부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문 서예를 배웠던 나는 한자라면 자신이 있었고, 한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어와 중국어 공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다. 집에서는 기본 문법책을 사다가 공부를 시작했고, 학교에서는 일문학과와 중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전공학과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학점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극 받을 곳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졸업한 이후에는 일본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를 부지런히 구해 보면서 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동하는 시간에는 일본음악과 중국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를 외우고, 펜팔 웹사이트에서 만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익힌 표현들을 자주 실전에 대입해보려 노력했다. 실력을 더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학원에 다닐까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으나, 무언가 짜여진 시스템하에서 교육을 받는 것은 나의 적성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과감히 접었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JLPT 1급과 HSK 7급 자격증을 따게 되었는데,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에 영어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는데 국내 영어방송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드라마와 음악으로 문화를 배우고, 많이 쓰이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외우고 쓰면서 늘 영어와 가까이 하려 노력한 것이 영어실력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어느 세 언어도 원어민 만큼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축제에서 국제교류를 담당하고, 통역을 하거나, 기사를 쓸 때에도 외국어 실력은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N잡러로 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비록 단기간이긴 하지만, 외국어 실력 덕분에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것이 큰 행운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쓸 생각이다.


언젠가 한 커뮤니티에서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 리스트 속에서 외국어 자격증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격하게 동의했다. 사람과의 관계는 좋다가도 틀어질 수 있고, 경기도 늘 변수의 한가운데 있어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한다. 그러나 무언가 열심히 했던 시간, 그 노력의 징표는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프로젝트가 잠정 휴무, 지연에 들어간 요즈음 기초 프랑스어 공부라도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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