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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Mar 20. 2020

우리는 무대에서 만나요!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부치는 편지

"안녕하세요? 도대체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부터 해야 할까요?"


블로그의 덧글이나 쪽지, 혹은 이메일을 통해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문의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빨리, 그리고 성심껏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공연이 너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업계에 들어와 모든 것이 서투르기만 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졌던 까닭이었다. 또 20대 후반,  에디터에서 공연기획자로 직업을 갑작스럽게 바꾸면서 여러모로 혼란을 겪었던 내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결코 낯설지 않은 주제다. 당시에는 누구에게 이 고민을 터놓아야 할지도 몰랐고, 또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이가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맨땅에 헤딩하듯 오롯이 부딪치면서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전에 했던 업무와는 완전히 별개의 업무들을 전투적으로 수행해내야만 했다. 그때마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나 선생님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내게는 그럴만한 존재가 항상 부재하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서면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면서 사무실과 현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을 종종 떠올렸다. 사실에 기반한 답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랐지만, 글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조언과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진로멘토로서의 일을 제안받았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하게 되었다. 



처음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이 직업에 대해 낯설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브라운관을 통해 많이 등장하는 직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연예인을 많이 보는 직업' 정도로 여기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선생님이 만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는 누군가요? 실물이 제일 예쁜 연예인은요?" 등등.

그러나 해를 더해갈수록 이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고, 공연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어서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진로멘토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나의 경험을 학생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은 있지만, 이 직업의 장단점과 비전을 알지 못해 진로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음에 큰 보람을 느낀다. 온라인을 통한 답변에서는 전할 수 없었던 텍스트를 뛰어넘는 이야기들과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일을 하면서 얻는 행복감, 그러나 그 행복감 속에 감춰진 무수한 시련과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함께 말하곤 한다. 공연 영상만 보면 화려 하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는 얼마나 많은 변수가 생기며 밤낮으로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또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알아야 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그만큼의 각오가 생기고, 어려운 순간을 맞닥트렸을 때 한결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생님~선생님 회사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선생님, 정말 멋져요! 저도 나중에 꼭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지난해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데 한 학생이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와 물었다. 종이에 회사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넣으면서 그 학생이 해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비록 진로특강 수업시간은 45분~50분 정도로 짧지만, 내가 이 시간 동안 전력을 다해 수업에 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두의 꿈은 정말로 소중하고, 내가 해준 이야기들이 어떻게든 그들이 꿈을 현실로 옮기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만나고 돌아와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것만큼이나 좋은 자극제는 없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매번 다짐하게 되기 때문이다. 훗날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현장에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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