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부치는 편지
"안녕하세요? 도대체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부터 해야 할까요?"
블로그의 덧글이나 쪽지, 혹은 이메일을 통해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문의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빨리, 그리고 성심껏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공연이 너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업계에 들어와 모든 것이 서투르기만 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졌던 까닭이었다. 또 20대 후반, 에디터에서 공연기획자로 직업을 갑작스럽게 바꾸면서 여러모로 혼란을 겪었던 내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결코 낯설지 않은 주제다. 당시에는 누구에게 이 고민을 터놓아야 할지도 몰랐고, 또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이가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맨땅에 헤딩하듯 오롯이 부딪치면서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전에 했던 업무와는 완전히 별개의 업무들을 전투적으로 수행해내야만 했다. 그때마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나 선생님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내게는 그럴만한 존재가 항상 부재하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서면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면서 사무실과 현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을 종종 떠올렸다. 사실에 기반한 답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랐지만, 글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조언과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진로멘토로서의 일을 제안받았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하게 되었다.
처음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이 직업에 대해 낯설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브라운관을 통해 많이 등장하는 직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연예인을 많이 보는 직업' 정도로 여기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선생님이 만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는 누군가요? 실물이 제일 예쁜 연예인은요?" 등등.
그러나 해를 더해갈수록 이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고, 공연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어서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진로멘토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나의 경험을 학생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은 있지만, 이 직업의 장단점과 비전을 알지 못해 진로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음에 큰 보람을 느낀다. 온라인을 통한 답변에서는 전할 수 없었던 텍스트를 뛰어넘는 이야기들과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일을 하면서 얻는 행복감, 그러나 그 행복감 속에 감춰진 무수한 시련과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함께 말하곤 한다. 공연 영상만 보면 화려 하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는 얼마나 많은 변수가 생기며 밤낮으로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또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알아야 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그만큼의 각오가 생기고, 어려운 순간을 맞닥트렸을 때 한결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생님~선생님 회사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선생님, 정말 멋져요! 저도 나중에 꼭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지난해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데 한 학생이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와 물었다. 종이에 회사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넣으면서 그 학생이 해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비록 진로특강 수업시간은 45분~50분 정도로 짧지만, 내가 이 시간 동안 전력을 다해 수업에 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두의 꿈은 정말로 소중하고, 내가 해준 이야기들이 어떻게든 그들이 꿈을 현실로 옮기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만나고 돌아와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것만큼이나 좋은 자극제는 없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매번 다짐하게 되기 때문이다. 훗날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현장에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