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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Dec 14. 2020

박준 시인의 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필사

좋지 않은 세상에서 누군가의 슬픔을 생각한다는 것.

 올해는 필사하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주변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공부하다 모르는 것들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최대한 잘 대답해 주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나도 국어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연유로 한국 사람이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글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 소중한 해가 되었다.

어제 문구점에 갔다가 원고지가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원고지에 필사한 것은 박준 시인의 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서 옥주가 마지막 장면에서 펑펑 울던 장면이 떠오른다. 어른들과 다르게 아직 어리고 순수하기에 계산이나 가식 없이 터트릴 수 있는 눈물이라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억누르면서 살게 된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상처를 씻어내기보다 상처를 봉인하면서 눈물을 참아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아진다.

내 감정도 솔직히 들여다보기 힘들진대,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더 어렵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누군가의 슬픔을 생각한다는 것. 내 감정도 돌보기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의 슬픔을 생각하고, 공감한다는 건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그래서 믿는다. 그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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