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그리고 한자까지
올해 처음 내게 부여한 부캐는 바로 '연구글'. 연구하고 글을 쓰겠다는 나의 목표와도 잘 맞아떨어지고, 영어로 하면 이름 Yeon과 Google이 합쳐진 발음이라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싶었다. 블로그에 <연구글의 필사노트> 카테고리를 만들고 필사를 이어왔는데 덕분에 글을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쭉 열심히 필사해야지!
한국 시의 매력에 푹 빠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삶도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자연을 즐길 줄 알고,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할 줄 알며, 시를 읽으면서 삶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것.
올해는 필사를 하면서 더 많은 시를 읽었다. 눈으로만 읽고 그치는 게 아니라, 입으로 따라 읽고, 손으로 꾹꾹 담아 썼다. 시를 읽는다고 해서 물질적인 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성공과 명예를 거머쥐는 것도 아니지만, 무미건조한 삶에 안식과 위안을 가져다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예쁘고 고운 말을 건네고, 보이지 않는 행간을 읽어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의 리듬을 찾아가며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원고지에 써보니 글자에 정성을 한 스푼 더 담게 되네요!
필사하면서 여러 노트에 글씨를 썼다. 그러나 원고지가 단연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리기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글자씩 한 칸 안에 쓰다 보니 글자에 더 정성이 들어간다. 당분간 필사는 주로 원고지에 할 것 같다.
고전, 옛 말씀 그른 것 하나 없다!
필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구매한 <고전필사> 책.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와 가치가 있는 법. 필사하면서 옛 성현들의 지혜와 덕목을 되새기고, 내 삶의 가치관도 올곧게 정립하려 노력하고 있다. 분량이 많지 않아 매일 쓰기에도 부담이 없고, 한자 공부까지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원서 필사를 해보니 절로 영어 공부가 되더라!
작문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야심 차게 영어 원서를 사 모았다. 또 지인들이 읽으라며 선물해 준 원서의 양도 꽤 된다. 그러나 완독한 책은 몇 권 되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았다. 필사를 하면서 완독 못한 책을 읽어 해치우리라 생각했는데 꽤 효과적이다.
원서를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색연필로 체크해둔다. 그리고 나중에 책을 펼쳐 그 부분을 필사하는데 이렇게 해보니까 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수동적으로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큐레이션 하는 느낌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냥 책의 문장을 모조리 적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문장을 적는다는 점에서 문장에 더 감정이 실리는 것 같다. 아직 완독 못한 원서도 이런 식으로 읽고, 필사하면서 완독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자는 한자 노트에 쓰는 게 제맛!
고전필사를 하다 보니 한자 쓰는 재미도 느끼고, 더 나아가서 한자 공부도 해보고 싶어서 한자 노트를 구매했다. 그냥 무제 노트나 줄 노트에 쓰는 것보다 한자용 노트에 쓰니까 한자를 더 정자체로 쓸 수 있다. 명필은 펜 탓을 안 한다고 하는데 나는 명필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노트와 펜이 중요하다 느낀다.
한자 교재는 무거운데 노트는 가벼워서 가방 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에 열어보고는 한다. 하루에 100자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중국어도 쓰고 읽으니 효과 만점!
열심히 공부했으나 많이 퇴화된 중국어 실력 회복 프로젝트. 올해 유튜브 채널 <진짜 중국어>를 보면서 노트에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는데 핵심적인 표현을 익히고, 발음을 정확히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 내 스타일로 정리해나가기 때문에 교재를 보는 것보다 더 정감 가고, 보기에도 편하다.
잘 쓰지 않던 일본어도 소환하게 해 준 필사
예전에 외국 아티스트들이 준 선물을 정리하다가 선물 받은 일본 원서도 꽤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일본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일본어 실력이 점차 녹슨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씩 일본어 필사도 해보려고 마음먹었으나 소설은 손도 못 댔다. 올 초에 에무시네마에서 다시 관람한 영화 <러브레터>의 대사를 적어보았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블로그 포스팅에는 올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필사를 통해 다양한 문장의 세계를 탐구해야지!
무미건조한 일상을 낭만적으로 채우기 위해서, 또 공부하면서 더 나은 미래의 나를 만나기 위해 앞으로도 필사를 열심히 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언어 필사에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예를 들면 구사할 줄은 모르지만 불어라든가. 필사의 방식이나 노트, 펜과 같은 필기구에도 변화를 주면서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