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의 잡다이어리] N잡의 교집합이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문득 그 일들이 공통적인 특성 하나에 수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에디터로 일할 때는 ‘취재원’이나 ‘인터뷰이’의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충분한 자료 조사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간단한 약력부터 시작해 최근의 근황, 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지난 인터뷰 기사들까지 최대한 많이 읽고 그 사람의 이미지와 성향에 대해 담아두려 애쓰는 편이다. 그래야 좋은 질문들을 뽑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식상한 질문 대신 참신하고 심층적인 내용의 질문을 많이 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답변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질문지를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쏟는 편인데, 그 진심에 따뜻하게 화답해주는 인터뷰이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뷰이의 대부분은 엄청난 노력을 거듭해 현재의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함께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인터뷰를 할 때에는 많은 공부와 유연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칫 인터뷰이의 내공에 밀려 주눅 들어 버리면, 준비해 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날카롭게 이끌어낼 수도 없거니와 기존 기획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터뷰가 흘러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연의 전 과정에는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그만큼 사람들과 마음이 통하지 않고서는 불협화음이 생기기 쉽다.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의견 충돌이나 오해가 생기기 않도록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또 먼 거리까지 티켓을 구매해 찾아온 관객들이 공연장에 도착해서 귀가하기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통역자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선 통역을 담당하게 될 사람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 대 사람으로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타지에 나가게 되면 시차나 기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예민해지기 쉽지만, 그만큼 사소한 배려에 감동받게 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에 오해가 없도록 명확한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투, 버릇, 성향 등 한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와 언어가 교차되는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기계적인 언어의 변환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 멘토로 학생들을 만날 때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공연을 기획할 때, 어떤 관객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에 맞춰서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짜듯이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쓰는 줄임말이나 인기 그룹 멤버의 이름을 미리 공부해두는 편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반영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특히나 중학교 수업이 어려운 편인데, 아무래도 진로가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닌 만큼 학생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업을 듣고 진로 설계에 도움을 받았다거나, 미래에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 한 마디에 힘을 얻어 교육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정해진 공식이나 비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과 관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니, 계산과 계획이 통할 리 만무하다. 또한 마음은 주고받는 것이기에 일방적으로 마음을 쓴다고 느낄 때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기거나 걷잡을 수 없는 갈등 때문에 일이 틀어질 때는 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사람의 반응과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얻는 보람도 그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기사에 달린 따뜻한 댓글을 읽었을 때나 학생들의 감사 편지를 받았을 때, 그리고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의 미소 띤 얼굴을 볼 때, 그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상처와 고통들을 잊고, 다시 일의 세계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