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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Dec 24. 2016

권은희 과장의 수사보고서를 파고들다

국정원 여직원의 대포폰 명의자 감다하의 정체는?

알고보니 127시간 동영상 자료는 선거범죄를 밝힐 중요한 증거물이자 역사적 기록물이었다.


수십 군데서 게시글-댓글이 삭제되었다거나, 여러 ID를 사용하여 인터넷 여론조작을 한다거나, 여러명이 작업을 했다거나 하는 대선개입과 은폐 흔적을 밝혀냈고 심지어 국정원을 걱정하는 대화도 나온다. 막바지에 분석과정과는 달리 '댓글없다'로 몰아가는 과정, 언론에 나가면 안된다거나 국정감사에 대비하여 분석자료 파쇄를 지시하는 장면까지. 후속타로 동영상 주요 부분을 공개하자 세간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활력이 붙은 청문회 대응팀은 검찰기소자료와 강남경찰서 수사자료를 다시 세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검찰자료가 범죄구성요건을 사법논리에 맞게 다듬어 놓은 완성본이라면 경찰자료는 범행 관련된 모든 사실 관계를 담은 초안 성격이었다. 


검찰자료는 이미 언론에 기사화된 반면, 경찰자료에 나와있는 사실들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았다. '권은희 수사과장이 경찰답게 수사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하나의 보물창고를 그렇게 찾았다.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국정원 김하영이 사용한 대포폰의 명의자가 '감다하'였다. '감'씨가 있긴 해도 실제 이름이 아니라는 게 확연해 보였다. 감다하에 대한 인적사항 없이 주소만 나와 있었다. 

대응팀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직접 가기가 마땅치 않아서 그 지역에 사는 당원을 물색하여 당원에게 부탁하였다. 그 주소의 집에 찾아가서 이름을 확인해 달라고 하였다.


밤이 되어서 연락이 왔는데 사람이 사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집앞 우편물에 적힌 이름은 '김대호'라고 하였다. 이름을 듣는 순간 대응팀에서는 환성이 터졌다. 다들 그 한명을 떠올렸다.


김하영의 민간인 조력자로 알려진 '이정복'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국정원으로부터 1억 원 가까운 돈을 받아 댓글작업자들에게 분배했다는 점, 모 대학 정외과 90학번인 김00의원 선거캠프에서 기획업무를 했다는 점을 수사기록에서 발견하고 대응팀은 정외과 90학번 졸업앨범을 사방팔방으로 찾았다.



모 대학의 같은 단과대를 졸업한 세 사람.


어렵게 구해서 샅샅이 살펴보다 보니 졸업자 명단을 외우다시피 했다. 우리는 그 중에 2명을 주목했는데 한 명은 직업란에 공무원이라고 쓴 자이고, 또 한 명은 부산에서 실력자라는 소문은 무성한데 실제 활동 흔적이 어디에도 없는 자였다.


이들의 행적을 알아보려고 부산에 사람을 보내고, 기자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그야말로 수사팀처럼 뛸 때였다.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쓴 자는 나중에 김하영의 상급자인 파트장이란 사실이 확인되었다.



'김대호'는 우리가 주목한 2명은 아니었고 졸업명단에 그저 평범하게 올라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한 건을 낚아올린 흥분과 동시에 국정원 관련자들이 어디까지 뻗어있을까 하는 묘한 호기심이 온 몸을 감쌌다.


새로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냈다. 국정원 선거범죄에 관여한 인물을 더 찾았는데 이들 중 몇 명이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였고, 새누리당 현역의원 선거운동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참 청문회를 할 때는 보이지 않던 그 현역의원을 나중에야 국회 본관 앞에서 만났다.

"동기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우리를 무슨 범죄집단인 것처럼 발표하고. 그래서 내가 좀 참으라고 무마시켰다."

정외과 90학번을 범죄집단이라고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지?

국정원 선거범죄의 불똥이 새누리당으로 튈까봐 민감한 것 아니였을까?


대선부정의 퍼즐을 완성하고픈 의욕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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