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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Nov 18. 2015

읽고도 알쏭달쏭한 돈의 순환 이야기

 루카스 차이제의 돈의 순환 이야기

저는 돈에 대해 그리 밝지 못해서 '금융'이나 '경제순환' 이야기가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는데, 역시나 페이지를 막 넘기다가 문뜩 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됐습니다. 읽고 나서도 정말 알쏭달쏭해서 여기에 잠깐 소개합니다.


경제순환에서 돈의 역할은 이렇습니다. 첫째, 모든 재화와 용역의 핵심적인 지불 수단 및 교환 수단이고, 둘째, 구매력 비축 수단으로써의 기능입니다. 무엇보다 돈은 피가 우리 몸 안에서 순환하듯 경제에서도 순환해야 합니다. 이 순환이 갑자기 멈추게 되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붕괴됩니다.


여기서 잠깐 금융저널리스트 루카스 차이제(Lucas Zeise)는 하나의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꺼내 듭니다. 돈의 순환이 얼마나 매력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칩니다. 오로지 관광으로만  먹고사는 프랑스 뤼베롱의 작은 마을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게 되죠. 관광객이 마을을 찾지 않자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립니다.


마침내 이방인 한 명이 그곳에 나타납니다. 그는 호텔방 하나를 예약하고 체크인을 위해 100유로짜리 지폐를 건넵니다. 이 관광객이 여행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그 호텔 주인은 몇 주 전에 100유로를 빌렸던 정육점 주인에게 달려가 돈을 갚습니다.


그 정육점 주인은 다시 그 100유로를 집어 들고 다시 고기를 공급하던 농장 주인에게 달려가 돈을 갚습니다.


농장 주인은 매우 기쁘게 돈을 받아 들고는 단 한  명뿐인 작가인 아들을 찾아갑니다. 아들은 서둘러 호텔 주인을 찾아가 지난 번 마감 때문에 방을 빌리고는 경제 위기로 갚지 못했던 100유로를 갚습니다. 가 100유로를 호텔 리셉션에 올려놓는 그 순간, 아까 그 관광객이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환불받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자,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 짧은 경제순환 과정에서 지출된 돈은 전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0유로입니다. 그 누구도 돈을 벌거나 잃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마을 주민의 빚이 사라졌을 뿐입니다.


읽고도 잠시 멍하게 생각에 빠졌던 내용입니다. 돈의 순환과 경제. 참으로 미묘하고도 재미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서로 빚을 변제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젊은이들의 학자금 대출이나 생계형 대출, 생계형 보험금 미납 등 조금만 누군가가 구멍을 뚫어서 바람만 불어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참으로 쉬워 보이면서도 어렵습니다.


이런 내용도 엿보이네요. 규모가 막대한 자산이 해로운 이유는, 언젠가는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부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며, 모든 훌륭한 재화와 용역을 이용하기에는 자본이 소수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근본적으로 훌륭하게 기능하는 시장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욕구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산수단을 갖춘 인간이라고 합니다. 돈이 합리적으로만 배분된다면 어느 한쪽의 부족 상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저도 공감합니다.



본 글은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이 쓴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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