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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Oct 12. 2017

실용적인 글쓰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얇아서 좋은 책

<탄탄한 문장력> 브랜던 로열 지음


출근 시간 틈틈이 지하철에서 읽어내려간 <탄탄한 문장력>. 지난 주 아이와 서점가서 고른 책 중 하나다. 실은 오래 전에 이 책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내용이 비교적 읽을 만했음에도 '살까?' '말까?'하고 고민했었다. 그러다 '그래, 책의 밀도는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자, 여기서 하나라도 내 것으로 골라낼 수 있으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완독. 


첨에 구입을 망설였던 이유는, 영문법과 국문법의 약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할까?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큰 차이가 없더라는 것. 좋은 글 쓰는 데 필요한 기둥, 즉 문체와 구조, 가독성, 문법 등은 서구나 동양이나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같았다. 


가령 좋은 글은 '두괄식'(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맨 앞에 나열)으로 전개해야 한다거나, 반복되는 불필요한 어구(예. 수식어-정말, 참, 상당히, 매우, 대단히, 좀, 아주, 훨씬 등과 같은)를 사용하지 말자는 투. 그리고 글에 힘을 실어야 할 때 수동태보다 능동태(행위에 초점을 맞추므로 단도직입적이고, 필요한 단어의 수도 적어 간결)를 추천한다는 것이다. 수동태는 주어를 숨겨 행위의 불확실성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데는 옮긴이(구미화)가 그 문화적 글쓰기 틀의 간격을 잘 메운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번역도 괜찮았고, 영문법의 번역에 대한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무조건 능동태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행위의 주체를 모르거나, 알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 행위의 주체보다 행위를 받는 사람이 더 중요할 때 수동태를 쓴다고 했다. 


석유 수백만 배럴이 사막의 모래 밑에서 추출되었다.

조이스 버킹엄이 조직 위원들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잠깐, 여기에 수동태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수동태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싶다면

조지 워싱턴의 어릴 적 변명을 참고해보자.

그는 작은 손도끼를 등 뒤에 숨긴 채 이렇게 말했다.

"저는 거짓말을 못해요. 음, 그러니까, 체리나무가 베어지고 말았어요"

(수동태를 사용해 행위 주체를 숨겨 버림. 예-문이 열렸다.(누가 열었나 주체가 없음))


또한, 명사보다 동사를 글쓰기에 활용하고(비용감축 -> 비용을 줄이다, 치수의 정확성 -> 정확한 치수, 직원의 창의성 -> 창의적인 직원),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 글의 구조를 튼튼히 갖추라는 얘기다.


글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진술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것. 이건 맞는 얘기다. 나도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에 구구절절 하는 얘기니까.


책도 두껍지 않다. 익힘 문제 해답까지 167페이지다. 구구절절 설명도 없고, 필요한 대목만 잘 나열해 읽기 쉽다. 나도 글을 쓰는 일이 업이라 하루에도 자주, 많이 쓰지만 기존의 훌륭한 글쓰기 책을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어 중요한 포인트만 익히며 바탕을 넓혀나가고 있다. 너무 많이 담으려 하지 말고, 너무 잘 쓰려 하지 말고, 또 눈으로, 머리로 쓰지 말고, 오로지 손으로 써가며 글을 쓸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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