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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부 Aug 26. 2020

마음이 통하는 서울 친구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1-6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 오성부

서울에 와서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 ‘친구’라고 생각한 인물들은 손에 꼽는다. 나이를 막론하고 내가 정말 친구로 생각하는 동생이 한 명 있는데, 박경수다. 


경수는 나보다 세 살 아래의 동생인데 내가 서울에 있으면서 많은 영향력을 준 친구이다. 속도 깊고 아는 것도 많아서 내가 의지도 많이 했었다. (지금도 경수와는 좋은 우정을 쌓고 있는데 여전히 내가 그 친구에게 마음 적으로 의지를 많이 한다.)


경수는 유학생활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내게 많이 들려주었는데 그 나라의 어떤 환경, 사람들, 그리고 타국에서의 외로움 등이 그랬다. 경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 모르게 마음이 확 풀어지는 듯하기도 했고 어쩐지 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동질감까지 느껴지곤 했던 것이다. 


나는 경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수가 생활하고 있는 그 나라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따라가길 즐겼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경수가 말한 그 어떤 나라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져 경수가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경수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많이 나누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어떤 가치관이나 어떤 한 분야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는 밤을 새우도록 대화를 하는 날도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에 어떤 희열까지 느끼는 것이었다. 


경수와의 대화는 언제나 유쾌했고 건설 적이었고 흔히 ‘죽이 척척’ 맞는 대화들로 이어졌다. 코드가 맞는 것을 넘어 삶의 어떤 결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말이 제법 잘 통했고 말보다는 마음이 더 잘 통하는 듯 여겨졌다.


나는 경수가 있어 이 시리고 차가운 서울살이가 외롭지만은 않았다. 지치고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타국에 홀로 있을 경수를 생각하며 더 다부지게 마음을 다잡고는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 년씩 못 봐도 왠지 모르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경수가 나에게 어떤 연인 같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내게 있어 브로맨스의 우정이란 이렇게 진하고 끈적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글을 쓰며 다시 느끼는 것이라 전하고 싶다.)


누군가와 이 어렵고 힘든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비록 곁에서 같이 있지는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잇대어져 위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그 시기, 그 시간들 속에서 마음 한 줄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내게 있어 엄청난 용기가 되었고 힘이 되었고, 무엇보다 경수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에도 활짝 피어날 꽃을 그리기도 했다. 그 시절 경수는 내게 있어 그런 존재였다.


지금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경수와 사업으로 한창인 나는, 그때처럼 때만 되면 얼굴을 맞대고 앉아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통한다는 걸 안다. 언제 어느 때고 만나도 그 시절 그 모습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때론 이 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시절을 같이 겪어내며, 나와 경수는 마음을 잇고 있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이 험악하고 험난한 서울살이에서 언제나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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